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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아직도 천안함 폭침 부정…반국가세력 안보 흔들지 않게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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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쩍 늘어나는 ‘반국가세력’ 발언

인요한 “이념과 사상, 전쟁 치러서라도 지켜야”

‘정권 심판론 → 이념전’ 전환 시도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물망초 배지를 달고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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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반국가세력들이 국가안보를 흔들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연거푸 ‘반국가세력 척결’을 강조하며 대통령이 다시 이념전을 부각했다. 22대 총선을 ‘종북 세력’과의 대결로 규정한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에 이어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이념 전쟁을 선언했다. 이념을 고리로 보수층을 결집하고 정권 심판론에서 이념전으로 총선 틀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14년 전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우리의 천안함이 폭침 당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고 있다”면서 “사실 왜곡과 허위 선동, 조작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면서 나라를 지킨 영웅들과 참전 장병들,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일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 부정은 “국가안보를 무너뜨리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어 “강력한 안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자유, 평화, 번영은 물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의 정체성도 결코 지킬 수 없다”면서 ‘반국가세력’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천안함을 둘러본 뒤 “이렇게 명백하게 도발과 공격을 받았는데도 자폭이라느니 왜곡, 조작, 선동해서 희생자를 모욕하는 일이 있다”면서 “반국가세력들이 발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국가세력’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자주 언급한 단어로 야권을 겨냥해 쓰는 때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6월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서는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겨냥했다. 그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면서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해 야권 반발을 샀다.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이 나올 때마다 국민 통합에 나서야 할 대통령이 이념 대결로 분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여권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에는 이념보다 민생을 강조하는 쪽으로 메시지를 조정해 왔다.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다시 ‘반국가세력’을 거듭 언급하며 이념 공세로 돌아온 모습이다.

여당의 색깔론 공세도 거칠어지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과 함께 여권 총선 ‘투톱’인 인요한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선거는 잔치이고, 운동경기인데 이번 4월10일 선거는 이념과 사상이 많이 대립이 돼 있다”면서 “이념과 사상에 대해서는 전쟁을 치러서라도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사실상 이념을 다투는 전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지목하고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말과 행동을 해왔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념과 사상’을 언급한 이유를 두고 “양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념과 사상에 대해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해서는 후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도 앞서 지난 19일 중앙선대위 발대식에서 “이번에 지면 종북 세력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류를 장악하게 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일제히 이념 대결을 강조한데는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지지층에 소구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장관)의 도피 의혹 등으로 정권 심판론이 재부상하고 덩치를 키워나가자 색깔론에 기대어 총선 쟁점을 이념 대결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동시에 소환하는데는 조국혁신당 돌풍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틀 뒤(28일)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면서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의 핵심인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을 다해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가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지 못하도록 철저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면서 “딥페이크와 같은 새로운 양상에도 능동적으로 대처달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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