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복원법' 최종승인표결 불발…헝가리 반대 선회에 정족수 부족
6월 유럽의회 선거 앞둔 EU·회원국, '농심 달래기' 골몰
지난달 헝가리에서 농민들이 EU의 우크라이나산 식품, 농산물 무제한 수입 조치 연장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핵심적인 법안으로 꼽히는 '자연 복원법' 승인을 위한 표결이 각국을 휩쓸고 있는 농민 시위 속에 25일(현지시간) 무기한 연기됐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생존 한계에 몰렸다고 호소하며 대거 거리로 나선 농민들이 정치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유럽의회 내 우파 정당들의 반대로 폐기될 뻔했던 이 법안은 지난달 가까스로 유럽의회를 통과해 이날 27개 EU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사회 승인만 받으면 발효될 예정이었다.
당초 이사회 최종 승인 표결은 형식적인 절차로 여겨졌다. 그러나 막판에 헝가리가 더 이상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반대로 입장을 선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되면서 표결 일정이 취소됐다.
헝가리 외에도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이 반대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폴란드는 표결에서 기권할 예정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들 8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19개국은 해당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로프 예턴 네덜란드 기후 장관은 "엄청난 교착상태"라면서 "다가오는 선거를 고려할 때 여기에서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의 입장 변화는 헝가리를 비롯한 EU 회원국 곳곳에서 농민들이 수 주에 걸쳐 시위를 벌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교외 고속도로에서 농민들이 우크라이나 등 외국산 농산물 수입과 유럽연합(EU) 환경 규제에 항의하는 트랙터, 차량 봉쇄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최근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작비 급상승에 신음해온 유럽 농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까지 시장에 유입되면서 생존 한계에 직면했다고 호소해 왔다.
여기에 EU의 각종 환경규제와 관료주의가 성난 농심에 기름을 부으면서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이 같은 시위는 EU 시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쳤고 운송 지연으로 기업들은 수천만 달러의 비용을 추가로 떠안아야 했다.
어니코 러이스 헝가리 환경 장관은 이번 법안에 대한 입장을 다시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면서 유럽 농업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하고 이 모든 부문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 복원법은 EU 차원에서 회원국들이 달성해야 하는 자연 복원 목표치를 못 박은 최초의 법이다.
2019년 출범한 현 집행위가 2050년 기후 중립 달성과 지속 가능한 산업환경 구축을 목표로 내놓은 로드맵인 '그린 딜'(Green Deal)의 핵심 법안이기도 하다.
이 법안은 각 회원국이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회복을 목표로 2030년까지 육지 및 바다의 20%를 복원하기 위한 조치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EU는 살충제 규정 강화 법안을 보류하고 농가에 대한 점검과 통제, 휴경 요건을 완화하는 등 농민 시위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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