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 최종 사망장소 보호시설 벗어날 경우 집계 제외
시민단체 "진실을 숨기려는 정부의 고의적인 시도"
15일(현지시간) 영국 대법원이 정부의 난민 신청자 르완다 송환 정책은 위법이란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에 앞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영국 시민들이 런던에 위치한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11.1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내무부가 공식 발표했던 지난 2023년 상반기 망명 신청자 사망 인원 수치가 실제보다 약 3배 가까이 축소됐던 것으로 나타나 고의로 은폐하려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망명 신청자가 보호 시설 안에서 사망한 인원은 당초 영국 내무부가 발표했던 5명보다 약 3배나 많은 1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럽 전역의 난민 구조와 지원 현황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뉴스 블로그 '더 시빌 플릿(The Civil Fleet)'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영국 정부로부터 입수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내무부 소식통은 망명 신청자의 사망 인원 집계 수치를 축소해서 발표한 이유에 대해 "'in(안에)'이라는 단어에 대한 공무원들의 해석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망명 신청자가 영국 내무부가 마련한 보호 시설에서 생활하다 다른 곳으로 옮겨진 뒤에 사망한 경우 대중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시설 내부에서 생활하던 망명 신청자가 심장마비로 인해 병원에 옮겨지고 나서 사망 판정을 받은 경우에도 해당한다.
영국 내무부는 망명 신청자가 물리적으로 사망한 장소가 보호 시설 내부인 경우에만 공식 집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내무부 관계자는 "모든 숙소 계약업체는 보호 중인 망명 신청자가 사망한 경우 4시간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분쟁 지역에서 탈출한 망명 신청자들의 경우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 건강 문제를 겪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영국 내무부의 이 같은 행태는 사망자 수치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감 모두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망명 신청자들의 정신 건강 문제와 자살 시도 증가는 자신이 탈출한 국가에 되돌려 보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대규모 수용 시설에서 겪은 절망과도 맞물려 있다고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기록상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16명을 포함해 모두 22명에 달하는 망명 신청자가 영국의 보호시설에서 지내다 숨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들의 출신지는 중동, 아프리카, 남미를 포함해 전 세계 여러 지역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망자 대부분은 20대와 30대가 주를 이뤘다.
정부 산하 기관에 구금됐다가 숨진 피해자들의 유족들을 지원하는 자선단체인 인퀘스트 책임자 데버라 콜스는 "정보공개 요청에 모호한 단어 몇 개를 추가하면 내무부가 보호 중인 망명 신청자의 사망자 수가 3배나 늘어난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수용 시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숨기려는 정부의 고의적인 시도"라며 "내무부는 정보공개법의 정신과 취지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죽어가고 있는지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jaeha6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