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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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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민원처리 효율화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 더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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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철 한국금융소비자학회 회장(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사진제공=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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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 간 금융상품 계약에는 종종 민원이나 분쟁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금성 상품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상품의 구조가 복잡한 데다가 상품 선택 시점과 그 결과가 확정되는 미래 시점 간의 금융·경제 환경 차이로 인해 생기는 필연적인 불확실성은 금융소비자가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금융 민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과 2022년 사이 매년 8만~9만 건에 이르는 신규 민원이 접수됐으며, 이 중 약 36~42%가 분쟁 민원에 해당한다. 분쟁 민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교적 단순한 질의나 요청과 같은 가벼운 민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금감원은 한정된 인력으로 민원의 시급성이나 경중과 관계없이 모두를 직접 처리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처리 기간도 매년 길어지며 금융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낮아지고 있다. 1건당 평균 처리 소요 기간은 2020년 29일에서 2022년에는 49.3일로 길어졌다.

특히 보험업권의 민원이 금융권에서 가장 많다. 지난해 상반기 금융 민원은 4만8506건이 접수됐는데, 보험업권의 비중이 51.6%로 과반을 차지한다. 이는 보험의 상품 구조가 복잡한 탓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우리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보험협회가 민원처리 업무를 도와서 수행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금융투자협회와 여신금융협회에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민원처리 업무를 보조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나, 발생하는 민원의 과반을 차지하는 보험협회는 아직 민원처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관련 법령에 민원처리 업무를 명시한 내용이 없어 상담 업무에만 그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다행스럽게도 보험 민원의 효율적 처리를 위한 입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보험협회의 업무 범위에 단순 민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민원의 상담과 처리 및 분쟁 민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쟁의 자율 조정을 포함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물론 단순 민원의 분류 기준에 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보험협회의 중립적인 민원처리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미 다른 금융 협회와 일본과 독일 등에서도 보험협회가 직접 민원을 처리하는 사례가 있다. 또 협회의 처리 결과에 사후 검증 절차 도입 등 보완 방안을 마련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 된다.

구약성경에는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였던 모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백성들의 문제를 직접 재판하는 모습이 나온다. 모세의 장인은 그에게 조언해 자격 있는 사람들을 뽑아 쉬운 문제의 재판을 맡기고 모세는 어려운 문제만을 처리하도록 한다. 이는 마치 금융 민원이 산적해 있는 금감원이 현재 해야 하는 방법과 맞아떨어진다.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금감원이 담당하는 민원의 적체로 상당수 금융소비자가 불편과 불이익을 겪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보험협회가 공정한 민원 처리와 자율 조정을 맡아 자율 규제 기구로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한 민원처리 효율화가 궁극적으로 금융시스템의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철 한국금융소비자학회(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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