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WHO GOARN 훈련이 열리고 있다. 채혜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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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해변에 전염병이 퍼졌습니다. 그곳에 있는 전염병학자라면,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까요.”
세계의 한 지역에 전염병이 창궐한 상황을 두고 8~9명씩 한 조를 이룬 4개 조의 참가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현장 조사’ ‘보고 분석’ ‘기술 지원’ 등 여러 방도가 논의됐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 브람스홀에 모인 이들은 질병관리청이 주최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유행경보네트워크(Global Outbreak Alert and Response Network·GOARN·곤) 훈련에 참여한 질병 전문가들이다.
GOARN은 2000년 WHO가 만든 기관 네트워크다. 감염병 유행 등 공중 보건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전문가를 신속하게 파견하는 조직이다. 정부기관·비정부기구·병원 등 세계 30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GOARN 훈련이었다. 훈련 담당자인 폴 에플러 서호주대 의과대학 교수는 “국제 유행 대응에 참여할 때 처음엔 뭘 할지도 잘 모르고 주저하게 된다. 자신감 부족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며 “국제적 대응이 필요한 공중보건 비상 상황에서 뭔가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확신이 없을 때라도 주저하지 말고 ‘Just say yes!’라고 말하길 권한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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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국내 처음으로 감염병 관련 WHO 훈련 개최
GOARN의 임무는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이나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공중보건 비상 상황에서 발생 국가로 출동해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3곳(질병청, 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국립중앙의료원)이 GOARN에 참여하고 있다.
GOARN 참가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질병관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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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의 교육 과정에서 기본 단계(Tier 1.5)로 분류되는 이번 훈련은 토론 활동 위주로 이뤄졌다. WHO 소속인 GOARN 역량 강화팀이 질병청·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학조사관·의사·간호사 등 파견 예비 인력 33명에게 유행병 대응 경험을 공유한 다음 서로 의견을 나눴다. WHO 관계자들은 “맞고 틀린 것은 없으니 의견을 나눠보자” “예상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해보자”고 주문한 뒤 참가자들과 자유 토론을 이어갔다. 훈련에 참여한 김선태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은 “이번 훈련을 통해 배운 종합적인 문제 접근 방식은 향후 국외 현장 파견에 있어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GOARN 훈련 담당자인 WHO 관계자들과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 등 국외 현장 파견 예비인력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질병관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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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간 115개 이상의 국가에서 전문가 3570명이 GOARN 파견을 나갔으며 한국에서는 GOARN과 관련해 국외 파견을 간 사례는 없다. 질병청과 WHO 측은 이번 훈련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감염병 대응 부문의 글로벌 전문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에플러 교수는 “한국의 우수한 감염병 대응 역량으로 미래의 국제적인 유행 상황을 지원할 수 있다면 세계 곳곳의 감염병 문제를 조기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셰런 살몬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 기술책임은 “한국은 세계 최고의 공중보건 전문가를 두고 있다”며 “국제 감염병 대응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전문가라면 이번 훈련은 최고의 기회”라고 했다.
한국은 WHO가 전 세계 코로나19 대응 모범사례를 정리해 이달 초 펴낸 보고서에서 3개 분야(협력적 감시, 의료 대응, 공동체 보호)의 모범 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훈련을 기점으로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감염병 대응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며 “한국이 세계 질병 문제를 해결해가는 글로벌 보건안보 대응의 중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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