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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37억 갭투기’ 이영선 공천 취소…여야 부실검증·막말파동 등에 무너진 ‘시스템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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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공천 취소된 이영선 후보 선거사무실 -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이 갑작스럽게 세종갑에 출마한 이영선 후보의 공천을 취소한 다음 날인 24일, 이 후보의 선거사무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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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갭 투기 의혹과 재산 허위 신고 논란에 세종갑 공천을 받은 이영선 변호사의 공천을 전격 취소했다. 4·10 총선 판세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고자 서둘러 ‘지역구 무공천’을 선택했지만 부실 검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야 모두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지만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 검증과 막말 파동, 청년·여성 소외 같은 문제는 더 악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지원 유세에서 “팔 하나를 떼어내는 심정으로 (전날) 공천을 철회하는, (이영선 후보를) 제명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지난 21~22일 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돼 민주당은 세종갑에 후보를 낼 수 없고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투표용지엔 이 변호사 이름 옆 기표란에 ‘등록 무효’가 새겨지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총선 후보 재산 공개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 4채와 오피스텔 6채 등 38억원가량의 부동산을 소유한다고 신고했다. 신고된 채무는 임차보증금과 은행·신협 대출금과 임차 보증금 등 37억 6800여만원이다. 신고된 부동산 시세 대비 채무 비중이 99%를 넘어 전형적인 갭투기로 평가된다. 이 변호사는 민주당 대전시당 전세사기대책TF단장직을 맡아 활동해 왔다. 이 대표는 “이 변호사가 당에는 아파트 1채와 오피스텔 1채만 신고했다고 한다”며 민주당에 재산을 허위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제도상 한계”라고 강조했다. 당사자 신고 외에는 추가 재산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실 검증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 변호사는 지난 대선 때 이 대표 법률특보로 활동한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돼 일각에서는 친명 후보 공천에 역점을 두면서 경쟁력과 도덕성을 따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서울 강북을 최종 경선에서 비명계(비이재명)계 박용진 의원에게 승리했던 조수진 변호사가 지난 22일 성범죄 가해자 변호 이력과 2차 가해 논란으로 사퇴했다. 민주당이 차점자인 박 의원 대신 친명계 한민수 대변인을 전략 공천하자 ‘비명횡사’ 공천이 완성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도 부실 검증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5·18 폄훼 발언을 한 도태우(대구 중·남구), 과거 페이스북 등에 ‘난교’ 등 부적절한 발언을 남긴 장예찬(부산 수영) 전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는데, 인터넷 검색만 해도 쉽게 걸러지는 발언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앞서 경기 고양정에 단수 공천을 받았던 김현아 후보,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경선에서 승리한 박일호 후보는 금품 수수 의혹 등에 연루돼 공천이 취소됐다. 충북 청주·상당 경선에서 이긴 정우택 후보도 돈 봉투 수수 의혹의 파장이 커지면서 공천이 없던 일이 됐다. 국민의힘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서도 19번을 받았던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이 과거 접대 골프로 강등됐던 사실이 드러나 공천이 하루 만에 취소됐고,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면접 없이 당선권인 비례 10번을 받아 논란이 됐다.

‘막말 리스크’도 불거졌다. 민주당에서는 앞서 조 변호사 이전에 박 의원과 강북을 경선에서 맡붙었던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은 과거 비무장지대(DMZ) 북한군 지뢰 피해 장병에 대한 ‘목발 경품’ 막말과 거짓 해명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됐고, 이 과정에서 박 의원에게 공천을 승계하지 않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서 차점자로 공천받은 김문수 당대표 특별보좌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친명계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에 휩싸였는데, 당내 반발에도 본선에 직행하게 됐다. 앞서 국민의힘 서산·태안 선거구에 공천받은 성일종 후보는 지역 행사에서 인재 육성과 장학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토 히로부미를 언급했다 홍역을 치렀고, 대전 서구갑에 공천받은 조수연 후보는 2017년 ‘조선의 지배보다 일제강점기가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는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거대 양당의 공천 과정에서 여성과 청년 정치신인 발굴 성과도 저조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이 254개 지역구에 공천한 후보의 평균 연령은 57.4세였고, 20·30세대 청년 정치인 후보 비율은 4.3%(11명)에 불과했다. 여성 비율은 11.8%(30명)였다. 국민의힘은 이번 공천에서 청년과 여성을 발굴하겠단 의도로 ‘국민추천제’를 최초로 도입했으나 이렇게 공천된 5명 가운데 여성은 1명 30대 역시 1명에 그쳐, 도입 취지가 무색했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도 지난 1월 “참신하고 변화를 지향하는 청년 후보를 중점적으로 공천하겠다고 말했지만 민주당이 공천한 246곳의 지역구 후보 평균 연령은 56.6세, 20·30세대 비율은 3.7%(9명)에 그쳤다. 여성 비율은 16.7%(41명)으로 나타났다.

하종훈·명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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