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가정서 사용되는 물티슈 생산량 연간 160만t 추산
거의 매립·소각…'폐기물부담금' 부과도 쉽지 않아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5월 한 학교 교실 책상마다 물티슈가 올려져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한해 물티슈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무려 1천783억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제조·수입업체에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업체들이 워낙 영세해 부담금 부과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환경부 의뢰로 작성된 '일회용 물티슈 최적관리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를 보면 식당과 카페 등에서 사용되는 '식품접객업소용 물티슈' 생산량은 연간 31만7천t(2022년 기준)으로 집계됐고, 가정에서 주로 쓰이는 '인체 세정용 물휴지'는 한해 129만t(2019년 기준)이 생산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물티슈가 마르면 무게가 77% 정도 감소한다는 점을 고려해 연간 물티슈와 물휴지 쓰레기 발생량을 각각 8만t과 32만3천t으로 추정했다.
물티슈는 단순히 '물에 젖어있는 휴지'가 아니다. 대체로 폴리에스터 등 플라스틱 재질이 섞인 혼방 원단으로 만들어진다.
가정용 물티슈를 중심으로 일부는 펄프나 레이온(인조견) 같은 비합성수지 재질로만 만들기도 하나, 이 경우 잘 찢어지고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어 식당용 물티슈로 확산하지는 않고 있다.
실제 연구진이 식당용 물티슈 제조업체 78곳을 설문 조사해보니 '폴리에스터와 레이온 혼방'을 사용한다는 업체가 87.2%로 대부분이었다. 펄프나 레이온만 쓴다는 업체는 각각 7.7%와 3.8%에 그쳤다.
섬유로 제작돼 물리적으로든 화학적으로든 재활용할 기술이 아직 없고 '개인 위생용품'으로서 분리배출도 안 되는 물티슈는 거의 다른 생활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연구진은 생활폐기물 수거·운반·처리에 평균 1㎏당 414원이 든다는 점에서 식당용 물티슈 폐기물 처리에 연간 355억원, 가정용 물티슈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엔 연간 1천428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일상에서 쉽게 쓰고 버리는 물티슈를 처리하는 비용이 1년에 1천783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2026년 수도권, 2030년 전국에서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 폐기물 처리비가 더 상승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폐기물부담금 부과 등 물티슈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자 실시됐다.
'폐기물부담금제'는 쓰레기양을 줄이고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자 유해물질을 함유했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재료·용기 제조자에게 폐기물 처리비에 상응하는 금액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플라스틱 제품과 고합성수지 아이스팩, 일회용 기저귀, 담배 등에 폐기물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다.
물티슈.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구진은 단기적으론 식당용 물티슈를 관리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봤다.
식당용 물티슈가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는 점과 식당에서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이어져 온 점을 고려한 것이다.
연구진은 폐기물부담금이나 규제가 '효과적인 방안'이라면서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자발적 노력을 통한 폐기물 감량과 탈플라스틱을 원칙과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설문조사에서 식당용 물티슈 제조·생산업체 80%가 2~3년 내 펄프나 레이온 등 비합성수지로 재질을 변경할 계획이었다"라면서 "민간에서 자발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티슈 폐기물부담금 부과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선 가정용 물티슈는 대형 생활용품 업체가 생산하기도 하지만, 식당용 물티슈 제조업체는 거의 영세하다.
이번 연구 설문조사에 참여한 식당용 물티슈 제조업체 중에서 64%가 연 매출액이 10억원에 못 미쳤으며, 특히 13%는 3억원 미만이었다.
범정부적으로 부담금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고, 기업에서 무엇보다 환경 분야 부담금 축소를 요구하는 상황이라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을 늘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물티슈 제조업체들이 워낙 영세해 폐기물부담금 부과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있다"라면서 "폐기물부담금을 비롯해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최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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