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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하루 열량 탄수화물 비중 30~50% 바람직… 10% 밑은 위험”[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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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다이어트 찾기]권혁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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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탄수화물, 저지방, 고단백 다이어트를 가장 이상적으로 본다. 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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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미국 의사 로버트 앳킨스가 쓴 책 ‘다이어트 혁명’에 수록된 다이어트 방법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렀다. 탄수화물은 먹지 않고 단백질과 지방을 더 먹으면 체중이 빠진다는 것. 빵이나 밥을 안 먹으면 기름진 육류는 무제한 먹을 수 있어 ‘황제 다이어트’라고 불렀다. 이것이 바로 저(低)탄수화물 다이어트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2010년대 국내에도 전파됐다.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현재도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가장 인기 있는 다이어트 중 하나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보통 하루 섭취 열량의 45% 미만으로 탄수화물 비중을 줄인다. 탄수화물 섭취를 10% 미만으로 줄이는 초(超)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위험할 수 있어 애초에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궁금증이 생긴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정말 효과가 있을까. 오히려 지방을 줄이는 저지방 다이어트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권혁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해답을 들었다.

● 탄수화물만 줄이면 되는 걸까?

탄수화물을 줄이면 우리 몸은 저장된 지방을 꺼내 에너지원(源)으로 쓴다. 그러니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지방 소모량이 늘어나고 체중도 줄어든다는 것. 최근에는 인슐린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기도 한다. 이 경우 특히 GI(혈당지수)가 높은 단순당 음식을 덜 먹어야 한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가파르게 오른다.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돼 아직 소비하지 않은 에너지원을 곧바로 지방으로 저장한다.

권 교수는 “식사 후 금세 배가 고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써야 할 에너지원이 순식간에 저장돼 버리니까 추가로 에너지가 필요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 결과는 비만이다. 권 교수는 “특히 GI가 높은 음식을 피해야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체중 감량 효과는 어떨까. 권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 (다이어트 개시) 24주 이후부터는 효과가 작거나 요요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부작용도 있다. 몸에 나쁜 LDL(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한다. 권 교수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평균 12주가 지난 시점부터 이 수치가 높아진다”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고지혈증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다이어트다. 제2형 당뇨병 환자도 탄수화물 섭취를 지나치게 줄이면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케톤이란 물질이 몸에 쌓여 치명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탄수화물은 두뇌가 돌아가는 연료다. 수험생이나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직장인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좋지 않을 수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구토, 변비, 두통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저탄고지’냐, ‘저탄고단’이냐


탄수화물을 줄인 만큼 지방 섭취량을 늘리면 저탄수화물 고지방(저탄고지) 다이어트,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면 저탄수화물 고단백(저탄고단) 다이어트가 된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지방 섭취가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을 전후로 저탄고지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지방 비중을 높이면 음식의 고소한 맛이 유지될 뿐 아니라 풍미가 더 살 수 있다. 밥과 빵만 줄이면 되니 그보다 쉬운 다이어트가 없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삼겹살을 무한정 먹거나 버터를 발라 먹으면서 “다이어트 중”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초기에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 너도나도 이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의학회가 비판 성명을 내기에 이를 정도였다. 포화지방산과 동물성 지방을 많이 먹는다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커지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지방 비중이 40%를 넘어서면 사망률도 높아진다. 여기에다 권 교수는 “장기 데이터가 없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식물성 지방을 먹는 게 좋다. 대규모 연구 결과 탄수화물 대신 식물성 지방을 섭취하면 사망률이 18% 감소했다. 반면 동물성 지방을 먹으면 사망률이 18% 증가했다. 포화지방산은 하루 섭취량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게 좋다.

저탄고지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새로 주목받은 게 저탄고단이다. 원리는 저탄고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작용도 비슷하다. 따라서 단백질도 동물성보다는 식물성 단백질을 늘려야 한다.

만성 신장병 환자는 단백질 과잉 섭취가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 콩팥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저탄고단을 무조건 시행하면 안 된다.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지방을 줄여 체중을 줄이자’


지방 1g당 열량은 9Cal로 탄수화물과 단백질(각각 4Cal)의 두 배가 넘는다. 똑같은 양이라도 지방 함량이 많은 음식의 열량이 높다. 이런 음식을 먹었다면 열량을 더 소비해야 살이 찌지 않는다. 반대로 지방 함량이 적은 음식을 먹으면 소비해야 할 열량이 적어진다. 저지방 다이어트의 기본 원리가 이것이다. 지방을 줄여 체중을 줄이자는 것.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고전적인 다이어트다.

저지방 다이어트는 국내보다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서양에서 특히 유행했다. 일반적으로 서양 식단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웃돈다. 이 비중을 20% 이내로 줄이자는 것이다. 반면 한국 사람은 굳이 이 다이어트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권 교수는 “우리 전통 식단은 탄수화물 비중이 크고 지방 비중이 작다. 일부러 지방을 덜 먹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식단에서 지방 비중은 15∼20% 정도다.

다만 최근 청소년과 젊은 층이 서구 식습관에 익숙해지면서 저지방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권 교수는 “학생들이 학원 주변에서 먹는 음식들을 보면 대부분 지방 함량이 높다. 게다가 활동량까지 적어 비만이 되기 쉽다. 그런 학생들은 의도적으로라도 저지방 식단을 가까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을 줄이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중 한쪽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때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리면 과잉 탄수화물 상태가 돼 체중이 늘어난다. 탄수화물은 중간 정도로 먹고 단백질을 늘리는 게 좋다. 가령 닭고기를 먹는다면 단백질이 풍부한 가슴살 위주로 먹고 밥은 적당히 먹는 식이다.

● 최소 12주 시도해 보고 적합한 방식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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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만학회가 권장한 건강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탄수화물 비중은 30∼50%가 적절하다. 지방은 30∼40%, 단백질은 20∼30%다. 비중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음식을 먹는 게 더 중요하다. 탄수화물은 GI가 낮은 복합당 위주로 먹는다. 지방과 단백질은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바꾼다.

다이어트에 돌입했다면 염두에 둬야 할 게 있다. 권 교수는 “단기 체중 감량에 만족하지 말고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탄수화물이든 저지방이든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찾고 유지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유행하는 다이어트라고 해서 무작정 따르기보다는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직접 시도해 봐야 한다. 최소한 12주는 해 봐야 다이어트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다만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어느 정도 감이 온다고 권 교수는 조언한다. 권 교수는 “2∼3주 동안 다이어트를 했는데 500g도 빠지지 않았다면 다른 다이어트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또 자신에게 적합하다 여겼지만 12주 동안 겨우 500g 빠졌다면 의미가 없으므로 이때도 다른 다이어트로 바꿔야 한다. 만성 질병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해 다이어트 방법을 결정하는 게 좋다.

권 교수는 “종합적으로 보자면 저탄, 저지, 고단을 추천한다”고 했다. 물론 이때도 복합당 위주 탄수화물, 식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을 먹어야 다이어트 효과를 높이고 질병 위험을 낮춘다.

하지만 원칙대로 실천하는 건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권 교수는 “그렇다면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고 먹되 양을 줄이는 방법을 시도하라. 그 대신 주의할 식품은 최대한 차단하라”고 조언했다. 커피를 마실 때는 바닐라라테 대신 아메리카노를 고르고, 케이크를 먹기보다는 통밀빵을 먹는 식이다. 단순당이 많은 음료수나 디저트는 웬만하면 삼간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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