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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증시 살리기 안간힘’ 속 반등기미 보이는 중국 증시, 월가투자자 “中 경제 어려워 본격 반등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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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사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시세 전광판을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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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요 주가 지수가 올해 2월 바닥을 치자 공산당 지도부가 연일 자국 증시 부양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본토·홍콩 증시가 V자 반등을 그리는 모양새다. 당국의 매도 제한·매수 촉구 압박 속에 중국 중앙은행 격인 인민은행이 시장 예상을 깨고 정책 금리 인하에 나선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증시 상황을 보고받는다는 소식도 증시 끌어올리기와 관련이 있다.

상하이종합지수와 CSI 300지수는 각각 올해 2월 5일과 2일 연저점을 찍은 후 한 달여 만인 3월 중순까지 10% 이상 반등했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줄줄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주요 지수가 바닥을 친 탓에 증시 투자자 수의 90% 이상인 ‘부추(중국 개인투자자들)’들 민심이 돌아설 위기에 처하자 전방위 대응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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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상하이종합지수가 연저점을 찍은 다음 날인 지난 2월 6일 센트럴휘진투자유한회사는 “안정적인 증시 운영을 위해 중국 상장지수펀드(ETF)를 더 많이 매수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회사는 중국투자공사(CIC) 자회사다. 중국 증시 부양을 위해 동원되는 소위 ‘국가 대표팀’ 구성원으로 꼽힌다.

이어 올해 2월 7일 공산당 지도부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증감회) 수장을 우칭 전 상하이시 당 부서기로 돌연 교체했다. 신임 우 위원장은 지난 2000년대 중반 대대적인 증권 거래 단속에 나서 ‘브로커 도살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새 위원장이 취임한 후 당국은 한 자산운용사가 장중 대규모 주식 매도에 나서자 관련 펀드의 계좌를 사흘간 동결해 사실상 거래를 정지시키는 식의 강력 대응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시 주석 최측근으로 통하는 리창 총리가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춘제 이후 “실용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불과 이틀 만인 2월 20일에는 중국 인민은행이 ‘중국판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 5년물을 0.25%포인트(p) 인하하는 등 투심 잡기에 나섰다. 이어 증감회는 사실상 공매도 제한에 나섰다. 증감회는 “비유통주 대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취지를 내걸면서 올해 2월 29일부터 비유통주 대여를 잠정 중단한 데 이어 3월 18일부터는 주식 대여 거래의 경우 승인일로부터 1거래일 이후 거래 실행이 이뤄지도록 제한한다고 밝혔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매매 전략이며 주식 대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번 공지는 공매도를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다.

특히 비유통주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유통주와 달리, 중국 기업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 주주들의 거래가 제한되는 주식을 말한다. 개인투자자 보호 조치라기보다는 국유 기업 경영권 방어와 외국 자본 영향을 제어하기 위한 취지의 제도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단순히 ‘부추’ 민심을 의식한 것을 넘어 외국인 투매가 국유기업 자본 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해 본토 선전증권거래소와 상하이증권거래소도 전략적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 거래를 불허한다는 방침을 냈다. 다만, 전략적 투자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관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 밖에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 주가 방어를 위해 일부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지수 선물시장에서 ‘무분별한 매도를 자제하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는 9월 만기인 소형주 CSI 1000지수 선물 계약이 한때 기초지수보다 8%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매도세에 떠밀린 상황이 부각된 탓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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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수혜 종목은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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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기업들이 수요 둔화에 더해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에 내몰린 한편 홍콩증시에서는 ‘중국판 테슬라’를 내건 비야디(BYD)가 추가 가격 할인을 선언한 가운데 샤오미가 저가 전기차 시장에 새로 뛰어들면서 매수세를 끌어모으며 주가도 미국 전기차 기업과 대비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월 중순 기준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약 10%, 올해 첫 거래일 이후 기준으로 32% 가까이 급락한 상태다. 웰스파고의 콜린 랭건 연구원은 “지금의 테슬라는 성장이 없는 성장기업”이라면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낮추고 12개월 목표가는 기존 200달러에서 125달러로 대폭 하향했다. 랭건 연구원은 “테슬라의 올해 판매량은 정체될 가능성이 높고 내년에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기업 중에서는 주가가 가장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외에도 중국 전기차 기업들 저가공세와 경쟁 격화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고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2월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연구원도 테슬라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 내 가격 할인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문제를 이유로 목표가를 345달러에서 320달러로 낮춘 바 있다. 테슬라 외에 미국 전기차 신생 기업들은 지난해 고금리 압박과 수요 부진을 동시에 겪은 탓에 전환사채(CB) 발행 혹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달한 분위기다. 일례로 신생 전기차 기업인 피스커는 파산 위기감이 퍼지면서 주가가 2월 14일 하루 만에 약 50% 급락하는 등 주가가 폭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가 최대 주주인 루시드는 전기차 할인 경쟁 구도 속에 고급 전기차 판매 전략이 오히려 매출 리스크로 부각됐다. 리비안은 비용 압박 탓에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중단한다고 3월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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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행사장에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이 전시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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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국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신년 연설을 통해 전기차를 거론하며 제조업 키우기를 강조하고 애국 소비 운동을 펼치면서 전기차 기업들 주가가 오름세다. 일례로 2월 12일 홍콩증시에서 샤오미 주가는 하루 만에 11% 급등했다. 회사가 같은 달 28일부터 첫 전기차를 본격 판매한다는 점을 알리자, 투자자들이 저가 전기차 매출이 뛸 것이라고 기대한 결과다. 3월 중순 기준 BYD주가는 최근 한 달 새 18% 뛰었다. 보급형 전기차 시걸 라인 가격 5% 추가 할인을 발표한 영향이다. 신생 전기차 기업인 리오토는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중국 내 저가 전기차 판매 덕에 사상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힌 결과 한 달 새 주가가 약 27% 올랐다. 중국 전기차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한국증시에서도 관련 ETF 시세가 반등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 시세는 최근 한 달간 10%가량 올라섰다.

다만 미국 외에 중국 전기차 역시 섣부른 매수에는 주의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11월 대선을 앞둔 워싱턴 D.C. 정가가 민주·공화당 합동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중국의 경우 최근 중국 전기차 종목뿐 아니라 국내 관련 ETF 시세가 반등하고 있지만 이는 2월 초 중국 증시가 바닥을 찍은 후 공산당 지도부가 주가 부양책을 총동원한 데 힘입은 측면이 크며, 전기차 시장 전반적으로는 기업 간 경쟁 격화 압박이 상존한다.

전기차를 넘어 중국 증시 전반에 대해 중화권 증시 전문가들은 임시방편에 따른 반사효과를 경계하라는 조언을 내고 있다. 일례로 IG마켓츠의 헤베 첸 연구원은 “이번 공매도 규제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중국이 키우려는 업종에서 주가 반등이 이뤄질 수 있지만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수 침체 분위기와 부동산 시장 위기, 미·중 갈등에 따른 경제 타격 가능성을 감안하면 최근의 V자 반등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 밖에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외국인 매도 영향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자금 동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월가 지적도 눈에 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국가대표팀’이 최근 한 달간 역내에서 700억위안(약 13조원)어치 주식 매수에 나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증시 안정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2000억위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MZ 는 ‘금’으로 피난
중국 내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자국 증시를 떠나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인다는 분석도 눈에 띈다.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최장 기간 금 매수에 나선 것 외에도 올해 2월 초 중국증시가 바닥을 친 것을 전후해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금 매수에 열 올린 것이 2월 국제 금 시세를 1974년 이후 최고치로 끌어올린 배경이라는 것이다. 상품 투자 컨설팅업체인 메탈포커스의 니코스 카발리스 이사는 “금 제품은 젊은 층 사이에서 ‘촌스럽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은 인기”라면서 “중국 내 다른 투자 대안이 없고 경제 사정은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개인투자 수요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번진 위험자산 회의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증시가 지난해 8월 이후 급락한 가운데 중국 국가통계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금·은 제품 판매는 같은 해 7월 말 대비 23% 급증한 결과 2018년 3월 말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1월에도 스위스에서 중국(홍콩 포함)으로의 금 수출량이 약 3배 늘었다고 자체 데이터를 인용해 전했다. 중국은 주로 스위스를 통해 금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쓰촨티안푸은행의 장팅 연구원은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중국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전망은 매우 약하다”면서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금 같은 보수적인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 장신구 판매도 한동안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증시 살리기를 위해 기관·퀀트 펀드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암암리에 주식 매도를 제한하는 한편 ‘국가대표’로 통하는 국영 기금을 동원해 자국 주식 매수에 나섰지만 미·중 갈등과 중국 내수 침체 분위기를 감안할 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증시 매력이 크지않다는 얘기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수년 전부터 침체 압박이 불거진 가운데 올해 1월 초대형 개발사 헝다그룹(에버그린) 청산에 이어 오는 5월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도 청산 명령 결정을 앞두고 있으며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사인 반케도 채무 불이행(디폴트) 리스크가 불거지는 등 전망이 밝지 않다.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 목적으로 정책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예·적금 매력도 떨어졌지만 당국이 지난 2021년부로 가상화폐(코인) 거래와 코인 채굴도 금지한 상황이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이 금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인오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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