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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기자수첩]민주적일 필요조차 없는 위성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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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어떻게 이렇게 노골적일 수가 있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선출 문제를 두고서 정치권에서 상식 이하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위성정당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소속이 다른 남의 당의 공천 문제를 두고서, 훈수질을 넘어 아예 대놓고 싸움판을 벌이고 있다.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등에서는 비례대표 등 국회의원 후보 선출 과정과 관련해 '민주적'이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부과하고 있지만, 깡그리 무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은 최근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천 문제를 지적하며 "당초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고심해서 결정한 뒤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로 이관하기로 말을 모았는데,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뜻하지 않게 '폭로'했다. 공천을 애초 국민의힘에서 다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공천 과정에 대놓고 개입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창당 합의문 단계에서부터 민주당 몫 비례추천에 대해서는 (엄연히 다른 당인) '민주당이 추천한다'고 합의문에 못을 박기까지 했다.

'위성정당이니까' '사실상 대주주니까' 등의 이유로 납득하려 해도, 최소한의 모양새마저 무시한 양대 정당의 노골적인 모습은 당혹스럽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국회는 2020년 1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비례대표 후보의 '민주적인 선출 절차'를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명부가 무효화 되는 강력한 내용의 공직선거법 47조2항을 만들었다. '민주적인 절차'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는 당원 등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 절차에 따라야 하고, 이 선출 절차는 사전에 선관위에 제출된 규정에 의해서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4년 전에는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해 비례후보를 내지 못한 정당도 있었다. 또한 이 규정 때문에 각 정당은 '밀실공천'으로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한 해도 지나지 않아 2020년 12월 본회의를 거치며 여야 짬짜미 속에서 사라졌다. 엄격한 규정 탓에 비례대표 공천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자 규정 자체를 없앴다는 게 유력하다. 그 결과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후보 추천은 민주적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교과서 같은 내용 외에 구체적 기준은 모두 삭제됐다. 이 탓에 비례대표 추천 과정은 민주적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오후 6시까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접수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최종 집계는 이보다 한참 늦은 한밤중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얼마나 많은 정당이 접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해 비례정당이 다수 출현한 영향도 있지만, 민주적인 절차를 밟지 않아도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에 등록이 가능해진 탓이 크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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