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대주주 중 한곳인 국민연금이 오는 28일 예정된 KT&G 주주총회에서 내부출신인 방경만 사장 후보와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에 표를 나눠주기로 했다. 방 사장의 사장 선임이 유력하지만 또 다른 사외이사 후보인 임민규 사외이사와의 이사회 동반진입을 목표로 한 KT&G 현 이사진의 계획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21일 KT&G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오후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를 열고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방경만 선임건과 사외이사 손동환 선임건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결권 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KT&G 이사회는 주주제안에 따라 이사 2명 선임의 건에 대해 3명의 후보 중 2명을 집중투표 방식으로 선임한다. 1주당 2표의 의결권이 있는데 이를 한 후보에게 집중해 투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 이사회는 방 사장 후보와 함께 임민규 사외이사를 후보로 내세웠고, 대주주인 기업은행은 자체 후보인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후보로 추천했다. 행동주의펀드 FCP는 자체 후보를 냈다가 철회하고 손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기업은행은 손 후보에게 표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주당 2표 중 1표를 손 후보에게 행사하겠다고 밝힘에 손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KT&G 주주 구성은 지난해 6월말 기준 미국계 자산운용사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7.12%), 기업은행(6.93%), 국민연금(6.31%) 등이다. 이후 KT&G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지분율 변동이 있긴 하지만 이들 3곳이 2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의결권자문사의 권고는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방 후보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의견을 낸 반면 글로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한국ESG연구소, 한국ESG기준원은 방 후보의 사장 선임에 대해 찬성 권고를 했다.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는만큼 KT&G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국민연금이 방 후보에 절반의 표를 주기로 했지만 안정적인 찬성표를 얻으려면 소액주주를 상대로 득표활동을 게을리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임 후보의 이사회 진입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그동안 경영에 개입하지 않은 기업은행 후보에도 절반의 손을 들어줬다"며 "현 이사회가 사장 선임에 위기의식을 느낀다면 방 후보에 표심을 모아달라고 호소할 수 있고 그러면 자신들이 내세운 사외이사 후보의 이사회 진입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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