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옌스 에스켈룬드 주중 EU 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자 회견에서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정치화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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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주중국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위험하다”는 내용의 실태 보고서 『위기의식(Riskful Thinking):경제 안보의 정치학』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중국 비즈니스의 정치화가 강화되면서 중국 내 유럽 기업이 직면한 위험의 규모와 복잡함, 심각성이 모두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EU 상공회의소의 2023년 기업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4%가 중국 내 사업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더 어렵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이것이 중국 시장이 점점 더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영 환경이 정치화되면서 해외 기업들이 국가안보 관련 법안의 모호한 규칙을 헤쳐나가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처로서 중국의 매력 역시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2023년 조사에서 중국을 3대 투자 목적지로 꼽은 회원사 비율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응답기업 11%는 2022년에 이미 중국 밖으로 투자처를 옮겼고, 10%는 아시아 본사를 중국 밖으로 이전했거나 이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회원사 4분의 3은 지난 2년 동안 기존 중국 공급망을 재평가했으며 12%는 공급망 일부를 중국 밖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20일 발표한 『위기의식(Riskful Thinking) - 경제 안보의 정치학』 보고서 표지. EU상공회의소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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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국 밖에서 대안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원사 중 4분의 3이 중국 대체품이 너무 비싸거나 호환성 및 성능 문제로 대안을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중국과 완전한 단절을 답한 회원사는 1%에 그쳤다.
보고서는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두 차례 ‘블랙스완’을 겪은 뒤 위기관리를 강화했다며,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이 경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하고 일부 시나리오 경영 및 기타 조치를 취했다고 적시했다.
위기 대응 방식은 중국 철수부터 투자 확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중국 시장의 규모와 활력을 고려한 기업은 중국 투자를 도리어 확대했다. 현 규모를 유지하면서 중국 밖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차이나+1’ 전략도 많았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를 겪으면서 핵심 부품과 재료에 대한 중국 대체 공급원 발굴에 나선 기업이 다수였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중국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유사시 신속하게 철수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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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치 리스크 예측할 기업 역량 강화해야”
보고서는 중국과 EU, 개별 기업으로 나눠 위기관리를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우선 개별 기업에는 “중국의 법률 수정과 정치적 위험의 증가를 더 잘 예측하면서, 중국 현지화와 탈중국에 따른 비용 산정에 밝은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본사와 중국 현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본사가 정확한 현장 정보에 기반에 추가 투자나 경영 관련 결정을 내릴 것을 주문했다.
EU 차원에서는 유럽의 핵심 이익을 사수하고 정밀한 ‘디리스킹 정책을 유지하도록 건의했다. 또 중국이 ‘신안전관’이라고 부르는 중국 방식의 위험제거 정책과 유럽 공통의 언어를 만들어 정당한 디리스킹과 보호주의를 구분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당국에는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한 EU의 접근법과 조율에 힘쓰고 지나친 자립을 추구하지 말도록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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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상공회 회장 “中 위험관리, 보호주의 안돼”
옌스에스켈룬드 주중 EU 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 안보를 확보하는 것은 정당한 정치 전략이지만 구체적인 실행 과정에서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위험 관리를 달성하는 것과 경제 안보 강화 관점에서 채택된 전략은 절제와 정확성의 원칙을 준수해야지 보호주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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