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범수 기자 |
지난달 말 오후 서울 강남구 BGF 본사 앞에 전광판을 단 검정 트럭 한 대가 정차했다. BGF리테일 직원들이 계획한 트럭 시위차로, 전광판에는 ‘두 얼굴의 영업이익, 밖으로는 자랑거리 안에서는 핑계거리, 지원 감축은 BGF’라는 문구가 차례로 표출됐다.
BGF리테일 직원들이 트럭 시위에 나선 것은 ‘성과급’ 때문이다. 회사가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전년 대비 30~40% 줄어든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측은 판관비 지출 증가로 경상이익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공개적으로 성과제도 개선 요구를 한 것이다.
트럭 시위 이후에도 BGF리테일 내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회사가 올해 임금 조정안으로 총 임금 인상률을 4.4%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총 임금 인상률은 직책과 성과 등에 따른 단순 평균이다. 이 때문에 절반 이상 직원들이 1.86%에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안을 받게 되면서 불만이 나왔다.
회사 측은 사흘의 유급휴가 제도 신설과 복지포인트 상향 등을 함께 발표했지만,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임금 인상률이 2% 남짓으로, 지난해 소비자 물가지수 인상률이 3.6%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년 대비 임금이 줄어든 셈이어서다.
BGF 본사 앞 시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 가맹점주들이 본사와의 상생협약에 반발해 이를 개선해 달라는 집회를 열었다. 당시 이들은 발주한 물건들을 쏟아버리면서, 본사가 2018년부터 지원해 오던 전기요금을 없애고 도입한 ‘상생신상제도’가 가맹본부 이익만을 위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들은 CU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올해 직원들의 평균 연봉 인상률만 보더라도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의 경우 각각 2%대와 3.1%로 알려졌다. GS25 역시 5.4%를 기록하긴 했지만, 지난해(6.5%)와 비교해 1%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가맹점과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편의점은 순차적으로 가맹점들에 대한 지원을 줄여왔다. 처음엔 전기료를 끊더니 이번엔 신선식품 폐기지원 제도를 없앴다. 이에 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상생협약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편의점 업계는 포화상태에 이르며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편의점 수는 인구 950명당 1개꼴로 2000명당 1개인 일본보다 많다. 2022년 기준 주요 편의점 4개사의 점포 수는 5만4600여개로 전년 대비 4.9% 늘어났는데, 이는 직전 연도 8.6%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CU와 GS25는 지난해 8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내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문제는 편의점들이 각종 지원과 직원 월급을 줄이면서도 오너가의 배당은 확대했다는 점이다. BGF리테일로부터 임대 수익과 브랜드료 등을 받고 있는 지주사 BGF는 올해 배당금을 전년 대비 9.1% 증가한 1주당 120원으로 책정했다.
BGF는 홍석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지분 69.62%를 가진 회사로, 올해 이들이 받게되는 배당금은 80억원에 이른다. 홍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BGF리테일 지분은 23.29%로 이들은 올해 165억원의 배당을 받게된다.
GS리테일 역시 올해 배당금을 주당 500원으로 결정해 전년 대비 16.3% 늘렸다. GS리테일은 GS가 58%의 지분을 갖고 있고, 올해 GS리테일로부터 303억원의 배당을 받는다.
이들 편의점이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내는 것은 6만여곳에 달하는 가맹점주들과 직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이 정작 오너 일가를 비롯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양범수 기자(tigerwa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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