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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누구의 나체든 무료로”…딥페이크 사이트 버젓이 운영되는 이유?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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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이용하는 딥페이크 서비스

우후죽순 생겨도 법으로 막기 어려워

‘반포 목적’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 불가

“누구의 나체든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나이와 체형을 선택하시고 몇 초 만에 나체 사진을 받으세요.”

AI를 활용해 나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한 사이트의 광고 문구다.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면 딥페이크 대상의 상반신 사진 한 장만 올리면 나체 사진이 생성된다. 해당 사이트의 서비스는 무료부터 한달 구독료 6만원짜리까지 금액별로 4가지 종류로 나뉘어 있다. 금액이 높은 서비스일수록 합성 품질이 좋고, 심지어는 딥페이크 대상의 신체 특성까지 살려준다. 합성 속도도 더 빠르다. 해당 사이트에 따르면 일간 방문자가 10만명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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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이러한 딥페이크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나타난다. 더 손쉽게 딥페이크를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들도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 분석 기업 그래피카(Graphika)는 “딥페이크 앱이 지난해부터 급증했는데 X(트위터)와 레딧 등 소셜미디어에서 허위 나체 사진 제작 앱의 광고 링크 수가 2400%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딥페이크 처벌법이 2020년 시행됐지만 국내에서 딥페이크 사이트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법률로는 딥페이크 영상을 ‘반포(頒布·세상에 퍼트려 알림) 목적’으로 제작한 게 아니라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작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현실에서 딥페이크 피해자는 늘어나고 있다. 편리한 접근성 탓에 심지어 가해자가 초등학생인 경우도 적잖게 발생한다.

충북 진천경찰서는 2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 혐의로 진천에 있는 남자 중학교 3학년 학생 5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학교 여성 선생님 2명과 또래 여중생 5명의 얼굴을 딥페이크 기술로 나체 사진에 합성해 교실에서 함께 보거나 개인 카카오톡으로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학생 한명이 피해 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해당 교사로부터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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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ban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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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한 20대 남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어 주겠다고 광고하고, 의뢰인이 실제 사진을 보내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입막음 명목의 돈을 뜯다 붙잡힌 일이 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의뢰인의 다수는 초등학생을 포함한 10대 청소년이었다. 이들은 친구나 학교 선후배 사진을 보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성적 허위 영상물에 대해 시정 요구를 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딥페이크 관련 심의 건수는 2020년 473건에 그쳤지만 2022년 3574건으로 증가했다. 또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집계한 심의 건수가 3046건에 달했다.

그러나 딥페이크 제작 서비스를 법적으로 막긴 힘들다. 딥페이크 처벌법이 ‘반포’ 목적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단순 ‘제작’과 ‘보관’은 처벌하기 어렵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서혜진 변호사는 “핸드폰을 털었더니 반포 흔적이 있다든지, 반포 목적을 입증할 수 있어야 죄가 인정된다”며 “혼자 소장하려고 했다는 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케이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포 목적이 아닌 합성물은 괜찮다는 취지인데, 이로 인한 피해자가 늘어나고 심지어는 돈을 버는 업체가 있다면 법률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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