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 1학년 대부분 교양 수업으로 구성돼 만회 가능…1년 유급 가능성 작아
4월 중순까지 개강 연기한 의대도…휴학계 제출 학생, 학장과 면담
가운만 남은 의과대학 열람실 |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각에서 과거 한의대 집단 유급 사태 때처럼 이듬해 입학 정원이 감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집단 유급 사태가 있더라도 대학별로 배정된 내년 신입생 선발 규모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의대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 처리되면 내년도 신입생 정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런 관측은 과거 비슷한 전례 때문에 나왔다.
실제로 1993년 정부가 약국에서도 한약을 조제·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반발해 전국 한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면서 3천여명이 집단 유급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이듬해인 1994학년도 유급 사태를 빚은 9개 한의대 입학정원을 30% 감축했다.
1996년에도 약사들에게 한약 조제사 면허를 주는 데 반발하며 한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해 1천명 이상 유급됐는데 교육부는 1997학년도 대입에서 대학별로 20∼30%씩 모집정원을 감축한 바 있다.
정해진 인원을 그대로 모집할 경우 이듬해 정상 수업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같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교육부는 우선 최근의 의정 대치 상황이 집단 유급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학교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해져 있고, '학기'는 매 학년도 2학기 이상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전공·학위별로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허용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연간 30주만 확보해 수업하면 문제가 없는 셈이다.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대학들이 우선 개강을 연기한 상황이지만, 학생들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보강과 야간 수업으로 학사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만에 하나 집단 유급 사태가 오더라도 내년 신입생 증원은 그대로 진행된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입생 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현재 예과 1학년의 유급인데, 예과 수업은 대부분 교양 수업"이라며 "만약 이번 학기 수업 일수 미달로 F 학점을 받더라도 예과 1학년생들은 여름·겨울 계절학기, 2학기에 충분히 재수강을 할 수 있어 유급까지 가기 어렵고, 이 때문에 내년 신입생 모집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과의 경우, 한 학기라도 유급되면 이를 다음 학기에 만회하기 힘든 구조다. 전공 수업들로만 빡빡하게 학사 일정이 짜여 있고, 1학기 개설 과목이 2학기 개설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탓에 본과생들은 1학기에 유급되면 2학기엔 휴학을 하고 한 학년 아래 후배들과 1년 늦게 수업받는다.
반면 예과생들은 대부분 인문·사회·자연계열 교양 수업을 듣는다. 교양 수업이 개설되기만 하면 F 학점을 받은 과목을 재수강해 학점을 올릴 수 있으므로 예과생들이 유급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다.
지난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전날 2천명 증원분에 대한 대학별 배분 계획을 정부가 공개한 뒤 의대생들이 반발이 더 거세지면서 대학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상당수 대학은 개강을 25일이나 다음 달 1일로 연기한 상황이다.
4월 15일로 느지막이 개강을 연기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정상적인 절차를 지켜 '유효' 휴학계를 제출했음에도 휴학 승인을 더욱 까다롭게 하는 곳도 있다.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인 A대는 최근 유효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들에 대해서도 개개인의 진정한 휴학 의지를 확인하고자 의대 학장이 학생들을 개인 면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도 최대한 집단 유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배정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이번을 계기로 해서 제가 대학을 더 많이 방문할 것이고, 교육부도 훨씬 더 많은 접점을 가지고 대학과 대화를 할 것"이라며 "집단 유급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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