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재건’에서 방향 급선회
27개국 전체 동의 필요 사안
전례 없어 합의 쉽잖을 듯
유럽연합(EU)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당초 논의했던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 대신 ‘무기 지원’에 쓰자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공백 속에 안보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가능한 한 빨리 무기를 보내야 한다는 급박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취재진과 만나 20일 회원국들에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의 90%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무기 구입에 사용하자는 내용의 제안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10%는 EU 특별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 예산으로 이전한 뒤 우크라이나의 방위산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사용할 것을 제안할 방침이다.이는 사실상 이자 수익 전액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자금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이제는 러시아 동결자산의 초과 이익금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장비 구매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때”라며 본격적으로 논의의 물꼬를 텄다.
EU 27개 회원국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을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비용으로 쓰는 방안을 잠정 합의한 바 있다. EU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재건 등 우크라이나 정부에 재정 지원을 하는 것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고, 무기가 끊임없이 전달되는 게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구상은 27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역내 예치된 제3국 자산이나 그 파생 수익을 사실상 임의로 활용하는 것이 전례가 없는 데다 추후 법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일부 회원국은 이런 조치가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EU는 21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서방 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제재의 일환으로 해외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액을 포함해 약 3000억달러(약 400조원) 규모의 러시아 주요 자산을 동결했다.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EU에 동결돼 있다. EU는 국제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2027년까지 역내 동결자산에서 150억유로(약 21조8000억원)에서 최대 200억유로(약 29조원)의 세후 이자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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