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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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퇴와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의 조기 귀국 결정 배경에는 3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에서 여당과 대통령실이 공멸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에서 총선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는 가운데, 두 인사의 거취를 두고 당정이 갈등하는 모습이 노출되자 봉합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서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과 함께 이 대사의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비판 언론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 수석의 사의를 수용한 것은 지난 1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지 사흘 만이다.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에 외압을 가한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 대사 역시 오는 25일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을 명분 삼아 총선 전 귀국하기로 하면서 한 위원장의 사흘 전 요구가 사실상 모두 수용됐다.
애초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요구가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된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대사에 대해선 ‘공수처 소환 전 귀국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황 수석에 대해선 “언론의 자유 존중이 국정철학”이라며 자진 사퇴 관측에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에 대한 서울·수도권 여론이 악화하며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되자 대통령실 역시 한 위원장의 요구에 응답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대사가 지난 10일 출국한 뒤인 12~14일에 진행된 한국갤럽의 3월 2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서울에서 30%로 직전 조사(5~7일)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서울 지지율은 8%포인트 상승(24%→32%)했다. 인천·경기에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민주당에 3월 1~2주 6~7%포인트 뒤지고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국민 여론대로 이종섭·황상무를 정리하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사 귀국’, ‘황 수석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안양 거리인사에서 “오늘 다 해결됐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운명공동체”라며 국민의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저희는 민심에 순응하려고 노력하는 정당이고, 민주당은 그렇지 않고 민심을 거부하는 정당이다. 그 차이를 이런 상황이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공세의 고삐도 다시 당겼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여당 안에서는 수도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이 대사가 조기 귀국하는 것에서 그쳐선 안 되고, 임명 철회나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4선)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안타깝지만 나라를 위해서 자진 사퇴하고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후보들도 “조기 귀국이 이뤄져 다행인데,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한다. 총선 민심을 고려한다면 사퇴가 답 아니겠나” “국민 눈높이가 사퇴나 해임이라면 그에 따르는 게 맞지 않나”라고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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