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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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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동결자산서 29조 이자수익…EU, 이 돈으로 우크라에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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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이 아닌, 무기 지원에 쓰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집권 5기를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안팎을 더욱 옥죄고 있어 유럽과 러시아 간의 긴장감은 높아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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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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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의 90%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 구매에 활용하자는 제안서를 20일 회원국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10%는 '유럽평화기금(EPF)'으로 활용해 추후 우크라이나 방위 산업 역량 강화에 쓴다는 계획이다.

현재 G7(주요 7개국) 회원국과 EU, 호주 등에 묶여있는 러시아 자산은 2820억 달러(약 377조원)로, 이 중 1900억 유로(약 276조원)가 브뤼셀의 국제 예탁결제기관 유로클리어에 있다. EU는 2027년까지 유럽 내 동결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이 최대 200억 유로(약 29조원)일 것이라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EU는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금을 활용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하며,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비용으로 쓰자는 데 초점을 맞춘 바 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이를 '무기 지원'에 쓰자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뀐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EU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현재 전쟁은 지난해 말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고, 무기 전달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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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인이 포탄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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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독일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5억 유로(약 7267억원) 규모의 무기와 장비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탄약 1만 발, 장갑차 100대, 수송 차량 100대 등이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독일은 올해 우크라이나에 70억 유로(약 10조원)의 군사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지원 규모가 큰 국가다.



푸틴 "친우크라 무장세력 시효 없이 처벌"



동결자산 수익의 무기 지원이 현실화할 경우 러시아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대선에서 역대 최대 득표율(87%)로 당선된 푸틴의 압박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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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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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푸틴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이사회 확대 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반역자들이 누구인지 잊지 말아야 하고, 그들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며 "그들이 어디에 있든 공소시효 없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언급한 반역자는 러시아인으로 꾸려진 친(親)우크라이나 무장세력으로, 대선 기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지 마을을 침투·공습했다. 푸틴은 이들을 "쓰레기"라 칭하며 "이들의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는 유럽을 향한 위협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이날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2000명 규모의 병력 파병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히고 "(프랑스군은) 러시아의 우선적이고 합법적인 공격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허위 정보"라며 부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지상군 파병을 언급했다가 역풍이 거세자 "가까운 시일 내 파병한다는 뜻이 아니다"며 물러선 바 있다.

러시아의 압박에 우크라이나 측도 다시 지원을 호소했다. 드미트로 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파괴에 성공한다면 몰도바, 조지아 같은 나라가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며 "세계의 다른 지역들도 불타오르게 될 것"이라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고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동맹국의 더 많고 신속한 군사지원을 바라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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