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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적이 더 잘 알 것"…극초음속 개발, 美 증원전력이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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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다단계 고체연료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통해 5대 군사 과업 중 하나로 제시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거리를 대폭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사시 미 증원 병력 차단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앙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날인 19일 신형 중장거리극초음속미사일용 고체연료 발동기(엔진) 지상분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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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후 탐지 더 까다롭게…극초음속에도 고체연료 시험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미사일총국과 산하 발동기(엔진) 연구소에서는 3월 19일 오전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무기체계 개발일정에 따라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에 장착할 다계단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분출(연소)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김정은이 참관한 해당 시험의 성공을 강조하며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무기체계 개발완성의 시간표가 확정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의 고체연료 연소 시험을 지난해 11월 11월 1단 엔진에, 같은 달 14일 2단 엔진에 대해 각각 실시했다고 공개했다. 이후 지난 1월 14일에는 당시 시험한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해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기존 액체연료를 넘어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에 매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를 섞어 고체화하는 과정이 까다로워 액체연료보다 개발이 어렵지만, 연료를 실은 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지하 시설에 숨겨놨다가 유사시 꺼내 즉각 발사할 수 있어 한·미로서는 발사 징후 포착이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군 당국자는 “이번 후속 시험으로 해당 미사일에 탑재될 고체연료 엔진을 개량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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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9일 실시한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의 고체연료 엔진 연소시험.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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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진 엔진, 출력과 사거리 증가로 이어져



군 안팎에선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놓고 엔진 크기에 따른 사거리 증가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1단으로 추정되는 고체연료 엔진이 구조물 바깥으로 튀어나온 모습이 지난해 11월 시험과 다르다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연료통 크기를 키웠다는 뜻으로, 연소 시간이 늘어났을 것”이라며 “출력도 커져 미사일의 사거리가 늘어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11월 고체연료 연소 시험 때 ‘중거리급’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이번엔 ‘중장거리급’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이는 한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의 국방백서는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표현한 화성-12형을 사거리 3000~5500㎞인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분류하고 있다.

5500km라면 이론적으로는 괌은 물론 알래스카도 겨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잠재적으로 하와이, 또는 미 본토까지 목표하는 것 같다”며 “사거리 5000~8500㎞인 중국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27을 모델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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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9일 실시한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의 고체연료 엔진 연소시험.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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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전쟁 불사 ‘스토리텔링’…미 증원전력 차단도



일각에선 지난해 말 김정은이 ‘남조선 영토 완정(完整)’ 등 전쟁 위협을 고조하는 가운데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 등으로 관련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신종우 국장은 “김정은의 최근 공개활동을 보면 전면전을 상정해 일종의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 듯하다”며 “유사시 태평양 지역 주요 미군기지에서 전개될 미 증원전력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김정은은 지난 6일 서부지구 중요 작전훈련기지, 7일 대연합부대 포사격 훈련, 13일 탱크병 대연합부대간 대항훈련경기, 15일 항공육전병부대, 18일 초대형방사포 사격훈련 등 보름 동안 다섯 차례 현장 행보에 나섰다. 각각 특수부대의 감시초소(GP) 습격, 수도권에 대한 장사정포 공격, 전차부대의 서울 점령, 공수부대의 후방 침투, 초대형방사포의 한국 군사시설 타격을 시사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마하5(시속 6120㎞) 이상 속도로 ‘회피 기동’하는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이 가세하면 태평양 주요 미군기지의 증원전력에 치명적 위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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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초대형 방사포를 장비하고 중요 화력 타격 임무를 맡고있는 서부지구의 포병부대 사격훈련을 직접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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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이날 “(극초음속) 무기체계의 군사전략적 가치는 우리 국가의 안전환경과 인민군대의 작전상 요구로부터 출발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그에 대해선 적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엄포를 놓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 선거를 앞두고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중앙일보의 질의에 “북한이 도발적이며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외교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이 군사적 위험을 관리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실질적 논의에 참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공군은 공중발사 극초음속 무기 시험에 성공했다. 로이터는 공군이 공중발사 신속대응무기’(ARRW)를 장착한 B-52 폭격기가 지난 17일 괌 앤더슨 기지에서 출격해 레이건 테스트장에서 시험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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