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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철도 지하화∙간병비 지원…'재원은 묻지마' 여야 모두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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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국면에서 서로를 향해 날선 공세를 펼치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베낀듯한 닮은꼴 공약을 내놓고 있다. ▶철도 지하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수십조원이 필요한 공약에 여야 모두 재원 마련 방안은 빼놓고 있어 “실현 가능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 대결”이란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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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선거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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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지하화는 양당의 4·10 총선 대표 공약이다. 경부선·경인선 등 수도권과 광역대도시를 가로지르는 철도를 지하화하고 상부 공간을 주거·상업 공간 등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철도 지하화가 격차 해소 역할을 할 것”(1월 31일)이라고 선수를 치자 이튿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철도·역사 지하화를 추진하겠다”(2월 1일)고 맞불을 놓았다.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10대 공약집에선 여야가 ‘철도 지하화+α’를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경부선·경인선 등 주요 고속도로 지하화”를, 민주당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지하화”를 내건 것이다. 국민의힘은 경기 김포시 편입과 수도권 교통체증 문제 해소를 위해 서울의 강변북로·올림픽도로 지하화와 GTX-A·B·C 연장과 D·E·F 신설 계획도 공약했다.

여야는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철도 지하화 특별법’을 활용해 지상의 철도부지 개발 이익을 지하화 공사비용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규모는 공약집에 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지하화에 약 5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령 유권자를 겨냥한 공약도 판박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재정 부담이 큰 요양병원 간병비의 급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 일부 병동과 달리 요양병원은 환자와 보호자가 간병비를 전액 부담하면서 ‘간병 지옥’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당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400만명까지 확대해 1일 평균 9만원의 간병비를 덜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더 나아가 건강보험법과 의료법 등을 개정해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 적용 범위에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경로당 점심 제공도 국민의힘은 주 7일 단계 확대, 민주당은 주 5일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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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연간 사적 간병비 규모가 약 10조원대로 추산되지만, 여야 모두 재원 규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강보험재정은 올해 적자를 시작으로 2028년에 적립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여야는 공약집에서 “재정 지출구조 조정과 총수입 증가로 재원을 충당한다”라고만 했다.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 강화도 표현만 다를 뿐 여야의 공통 공약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늘봄학교 단계적 무상시행과 방학 중 상시 운영을 내걸었다. 민주당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온 동네 초등돌봄’을 방과 후 오후 8시까지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출산 문제를 전담할 ‘인구부’ 신설도 여야 공통 공약이다.

다만 저출산 정책의 수단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육아휴직 급여를 210만원으로 인상하고, 아빠 출산휴가 1개월을 의무화하는 등 일가정 양립에 무게를 뒀다. 민주당은 신혼부부 10년 만기 1억원 대출과 자녀 출생에 따른 이자·원금 감면, 만 18세까지 월 20만원 자녀바우처 등 현금성 지원에 집중했다.

양당 공약 중 가장 차이가 큰 건 정치 분야였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겨냥해 불체포·면책 특권 폐지, 유죄 확정시 비례대표 승계 금지,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등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 재의요구권·사면권의 헌법적 한계 명문화,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 수사·기소권 분리를 위한 개헌 등을 내걸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수 부족이 심각한데 구체적인 재원 마련도 없는 실현 가능성 낮은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며 “공약 검증도 없고 ‘말 폭탄’ 뿐인 총선”이라고 지적했다.

■ 노인무임승차 폐지, 상속세율 90%…소수정당의 정책 차별화

거대 양당 틈바구니에서 유권자 표심을 공략하는 제3지대 정당들은 정책 공약에서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1월 발표한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공약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대표는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이 2022년 기준 8159억원이라는 국회예산처 통계를 언급하며 “이 비용은 대부분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부채로 남아 미래세대에 전가되고 있다. 논쟁적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변화”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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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가 발표한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공약이 논쟁에 휩싸이자 개혁신당 당원들은 전국에 ‘무임승차 폐지도 못하면 연금개혁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되묻는 현수막을 게재해 논쟁의 파이를 키웠다. 개혁신당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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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명 노인 유권자를 대변한다는 대한노인회가 “노인에 대해 우대는커녕 학대하는 주장이다. 신당이 아니라 패륜아 정당을 만들겠다는 망나니 짓거리”라고 격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개혁신당 당원들은 전국에 ‘무임승차 폐지도 못하면 연금개혁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되묻는 현수막을 게시해 논쟁을 키웠다. 개혁신당은 이 밖에 경찰·소방·교정 직렬에서 신규 공무원을 채용할 때는 여성이라도 병역필을 의무화하고, 공직 선거 후보자의 양육비 체납 이력을 무기한 공개하는 방안 등 과감한 공약으로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오영환 의원의 합류로 현역 의원 숫자를 5명으로 늘린 새로운미래 역시 정책 공략에 나섰다. 새로운미래는 19일 “권력투쟁의 정치에서 문제해결의 정치로 바꾸겠다”며 ▶민생대타협위원회 ▶국가미래위원회 ▶정치선진화위원회 설치를 공약했다. 또, 거대 양당의 공천 잡음을 겨냥한 듯 “정당은 기본 검증만 하고, 1차 예비경선에서 상위 2명을 선발해 결선투표를 하는 형태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미래는 앞서 판·검사 출신은 퇴임 후 2년이 지나야 공직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환승 금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정치개혁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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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새로운미래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김종민 상임선대위원장이 19일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의료계 정부 대타협 촉구' 서한을 전달했다. 새로운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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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과 녹색당의 연합으로 출범한 녹색정의당은 생태와 노동 특화 공약을 내놓았다. 녹색정의당은 최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추진 ▶녹색범죄·생태학살(Ecocide) 처벌 특별법 제정 ▶초단시간(주 15시간 미만)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 등의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녹색정의당은 출범 당시 “노동과 녹색, 차별 철폐라는 가치에 기반해 연합했다”고 밝혔다.

진보당과 조국혁신당도 여러 가지를 공약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양당의 1번 공약은 모두 검찰개혁으로 세부내용도 ‘검찰청 해체 후 기소청 전환, 검사장 직선제 도입’ 등으로 비슷했다. 진보당은 ▶은행 횡재세 도입 ▶100억원 이상 초자산가 2~3% 부유세 도입 등을 내걸었다. 조국혁신당은 최근 “22대 국회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창훈·정용환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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