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예금 중 엔화 비율 첫 10% 넘어
2월 국내 엔화예금 98억 달러 달해
‘엔화 강세땐 환차익’ 상품들도 인기
“엔화가치 당분간 완만한 상승”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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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자주 가는 직장인 권모 씨(27)는 2022년 말 일본 엔화가 100엔당 1000원 밑으로 내려가자 시중은행을 찾아 엔화 예금 통장을 개설했다. 처음 30만 원어치 엔화를 산 뒤 엔화 가치가 떨어질 때마다 틈틈이 추가 매수했다. 권 씨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다는 소식에 쾌재를 불렀다”며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수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상반기(1∼6월)까진 엔화 투자를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나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면서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엔화 예금 잔액이 100억 달러(약 13조3370억 원)에 육박했고, 엔화 값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 엔화 상승 베팅하는 투자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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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거주자의 엔화 예금 잔액은 98억6000만 달러로 한 달 새 4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화예금 중 엔화 예금 비율도 10.3%까지 높아졌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6월 이후 엔화 예금 비중이 1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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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부터 90억 달러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체 외화예금 잔액은 961억3000만 달러로 직전 달에 비해 19억7000만 달러 줄어들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엔화예금 투자자가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부터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에 육박하고, 한때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860원대까지 내려가면서 ‘엔화 가치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얘기다. 이에 수출입 회사들의 결제 대금 위주로 쓰여 온 엔화 예금이 개인들의 투자처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면 환차익을 거둘 수 있는 ‘환노출형 상품’의 인기도 뜨겁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12일부터 거래가 시작된 상장지수펀드(ETF)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를 전날까지 88억6000만 원어치 사들였다. 지난해 12월 상장된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H)’ ETF도 연초 이후 18일까지 712억7000만 원을 매수했다. 두 상품 모두 별도의 환전 절차 없이 미국 30년물 국채에 엔화로 투자해 미국 금리 인하 시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과 엔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 “美 금리 인하해야 엔화 값 본격 상승”
일본은행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결정했지만 엔화 가치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엔화가 약세여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 정도로 형성돼 있는데, 연말엔 140엔대 정도가 될 것”이라며 “현재 엔화는 충분히 저평가돼 있어 향후 지금보다 더 강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미국과 일본 간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 때 엔화 값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일본이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간에 엔화 가치가 급등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엔화 가치가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이후엔 눈에 띄게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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