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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난자 동결’도 건강보험 지원?… “저출산 해법” vs “되려 난임 조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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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력 보존술’ 재정 지원 필요성 대두

현재는 건강보험 적용되지 않아

경력·학업 등의 이유도 지원할지는 논란

“의학적 사유는 급여 인정해 지원해야

사회적 사유도 지원할지는 공론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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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늦어지는 결혼 시기와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로 ‘가임력 보존술’ 재정 지원 필요성이 거론된다. 가임력 보존술이란 난자·정자 등 생식세포를 동결해 이를 초저온 상태에서 보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혼(늦은 결혼)이나 의학적 사유 등으로 가임력이 하락하는 것을 대비해 미리 난자 등을 동결 보존하고, 이를 필요시 해동해 사용함으로써 출산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가임력 보존술이 허용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술 비용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일각에선 경제활동이나 경력 관리 등 사회적 사유로 시행되는 난자 동결은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임신·출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난임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가임력 저하가 예상되는 수술·시술·치료 전이나 의학적 사유로 인해 실시하는 가임력 보존술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한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스트리아는 ‘사회적 사유 난자 동결’ 미허용

19일 국회입법조사처의 ‘가임력 보존술에 대한 재정 지원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학적·사회적 사유에 따른 가임력 보존술을 모두 허용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생식세포 동결·보존 등을 표준화되지 않은 비의료적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1월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가 의학적 사유에 의한 치료로 인해 영구적 불임이 예상돼 생식세포의 동결·보존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의학적 사유로 인한 난자 동결의 경우 주요국 대부분이 법적으로 이를 허용하며 의료보장제도를 통해 비용 지원도 하고 있다”며 “사회적 사유로 인한 난자 동결 시술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오스트리아 같은 국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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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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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력 보존술 재정 지원 논의와 관련해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부분은 사회적 사유에 의한 시술 부분이다. 경력 관리나 학업, 자기계발 등을 이유로 난자·정자 동결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사회적 사유로 시행되는 난자 동결은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임신·출산을 전제로 하므로 결과적으로 난임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따른다”고 짚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사회적 사유에 의한 난자 동결 시술에 대해 젊은 여성들이 출산할 수 있음에도 출산을 미루도록 잘못 인도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 난자 동결 기술의 안정성 문제와 기술상의 한계 등도 가임력 보존술과 관련한 쟁점으로 꼽힌다.

◆“가임력 저하 예상되는 수술 전 난자 동결은 건보 급여 인정해야”

전문가들은 질병으로 인한 수술 등으로 가임력 저하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가임력 보존술을 건강보험을 통해 지원해 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가임력 보존술 비용은 약 250만∼500만원 정도다.

이정렬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지난해 말 열린 ‘우리의 미래, 난임과 가임력 보존’ 토론회에서 “난소 기능의 저하가 예상되는 의학적 상황 이전에 이를 대비하기 위한 난자·배아 또는 난소 동결은 확립된 가임력 보존 방법으로 의학적으로 권고되는 방법이나, 현재 의료 지원 체계에서는 전액 비급여로 본임 부담하에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며 “가임력 저하가 예상되는 수술·시술·치료 전 난자 동결 시술을 급여 인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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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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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엽 함춘여성의원 원장도 당시 토론회에서 “항암치료 등 난소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질환 내지 치료를 앞둔 미혼 환자의 가임력 보존 목적의 난자 동결 급여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예방적 목적에서의 가임력 보존술과 관련해선 “미혼여성 난자 동결의 보험 적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난자 동결을 필요로 하는 수요 조사 및 타당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예방적 목적임을 감안할 때 급여화하더라도 제한적 급여 적용 및 본인 부담률 상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입법조사관은 “의학적 사유에 따른 가임력 보존술에 대해서는 개정된 모자보건법을 근거로 건강보험에서 급여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사유에 따른 난자 동결 지원에 대해서는 정책 타당성 등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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