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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슈퍼앱 춘추전국시대] ‘선택 아닌 필수’ 4대 금융, 슈퍼앱으로 생존 경쟁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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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계열사 앱 핵심 기능 한 앱에서 제공

금융·비금융 서비스 총망라…"록 인 효과 극대화"

"단순 결제 비중만 높아…플랫폼 기능 높여야"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핵심 기능을 한데 모은 이른바 ‘슈퍼앱’을 통해 이용자 편의성 제고 및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상품 가입, 결제, 투자 등의 금융 영역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한 비금융 서비스까지 속속 탑재하는 것도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빅테크와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4대 금융은 슈퍼앱을 무기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함과 동시에 고유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 하루 모바일뱅킹 14조 훌쩍…슈퍼앱으로 고객 묶기 나섰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중 국내은행의 일평균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 및 이용금액은 각각 1684만건, 1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견줘 17.3%, 10.3%씩 늘었다. 등록고객수 역시 1년 새 10.3% 증가한 1억6922만명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이 이러한 흐름에 불을 지폈다. 한은에 따르면 전년 대비 모바일뱅킹 등록고객 수 증가율은 2020년 10.7%, 2021년 13.5%, 2022년 10.3% 등으로 매해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2017년 4월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카카오뱅크, 2021년 10월 토스뱅크가 각각 출범하며 영업을 확장한 시기와 맞물린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을 통한 금융 활동이 전 세대에 걸쳐 일상화된 점도 모바일 뱅킹의 활용도가 높아진 배경 중 하나다.

앱을 통한 금융 플랫폼을 찾는 금융소비자가 늘면서 4대 금융도 분주해졌다. 가뜩이나 인터넷은행의 등장에 더해 이른바 ‘네·카·토(네이버·카카오·토스)의 습격’에 금융 영토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대형 금융그룹으로선 슈퍼앱 전략을 통해 이용자를 묶는 이른바 ‘록 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 보험, 증권사 등 주요 비은행 자회사를 둔 경우가 많은 만큼 이용자 편의성 제고는 물론, 슈퍼앱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도 높일 수 있다.

◆ 자산관리·민원서류 발급은 기본…치킨 배달에 해외골프 예약도

2021년 탄생한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은 KB금융그룹 계열사 6곳의 73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KB스타뱅킹은 월간활성고객(MAU) 11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금융권 내 대표 슈퍼앱으로 시선을 끈다.

결제 기능인 KB페이, 투자기능인 주식 매매를 비롯해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도 앱 내에 들어왔다. 펀드 점검, 은퇴 및 노후준비 방법, 남은 절세한도도 알려준다. 금융뿐만 아니라 정부24, 홈텍스에 더해 건강 콘텐츠 ‘KB매일걷기’, 캠핑장 비교 예약 서비스 ‘KB캠핑서비스’까지 서비스한다. ‘국민지갑’을 통해선 정부, 공공기관 및 외부제휴처와의 연계·협업을 통해 각종 증명서를 신청, 보관, 제출이 가능한 전자증명서를 비롯해 행정알림에서 상담, 납부까지 한번에 가능한 ‘국민비서 구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기프티콘 구매, 금 투자, 기차예매, 인천공항 패스트트랙 신청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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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스타뱅킹 내 중고 매물 정보. KB국민은행 제공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12월 ‘신한 슈퍼쏠(SOL)’을 출시했다. 이용자 편의성 제고 차원에서 주요 그룹사인 ▲은행 ▲카드 ▲증권 ▲라이프 ▲저축은행 등 5개사 금융앱의 핵심 기능을 하나의 앱으로 구현했다.

신한 슈퍼쏠은 은행 이체, 카드 결제, 주식 투자, 보험 가입 등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통합 인터페이스를 통해 개별 앱 사용의 번거로움을 없앴다. 이에 더해 ‘원클릭통합대출’을 통해 그룹 내 4개 계열사의 대출 상품의 최적 한도와 금리 정보까지 제공한다. 자행 배달 플랫폼 ‘땡겨요’뿐만 아니라 해외골프 예약, 일회용컵 반환 등 비금융 서비스도 많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슈퍼쏠은 그룹사 간 다양한 금융 서비스의 연계 및 확장을 통해 완결성 있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의 접점을 확대하고 록 인 효과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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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슈퍼SOL 홍보물. 신한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은 그룹의 디지털 플랫폼을 은행 주도의 종합금융플랫폼(‘하나원큐’)과 카드 중심의 결제 및 라이프스타일플랫폼(‘원큐페이’)을 2가지 슈퍼앱으로 정비하며 그룹사 간 핵심 기능의 연계성을 높였다.

하나원큐는 그룹 대표 모바일 앱으로서 결혼, 부동산 구입, 자녀교육, 여행 등 손님의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어 필요한 모든 금융 서비스를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라이브 방송 플랫폼 라이브(LIVE)하나, 국가대표 A매치 축구 입장권 예매 서비스도 제공한다. 향후 그룹 내·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손님의 자산을 가장 쉽게 관리하고, 하나금융 내 관계사 및 비금융 제휴사 연계를 통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나카드는 결제기능을 주로 제공했던 ‘원큐페이 앱’과 카드의 주요 서비스를 제공했던 ‘하나카드 앱’을 원큐페이 앱으로 통합해 하나의 앱으로 결제·송금·카드서비스·자산관리·포인트·생활, 해외 컨텐츠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편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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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하나원큐 전자증명서' 서비스 개편 홍보물. 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 관계자는 “두 개의 앱을 중심으로 각각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가는 한편, 하나원큐에 SSO(Single Sign On) 기능을 적용해 한 번의 로그인으로 관계사에서 제공하는 결제, 주식거래, 보험 가입 등 핵심 기능을 하나원큐에서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오픈 API를 통해 음악, 쿠폰마켓, 부동산 정보, 모빌리티 등 외부 제휴사의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우리WON뱅킹 전면 재구축 사업(New WON)’을 추진 중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뿐만 아니라 우리카드, 우리캐피탈, 우리종합금융, 우리금융저축은행 등을 슈퍼앱을 통해 하나로 연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이를 위해 앱 화면(UI/UX) 구성뿐만 아니라 앱 운영 인프라와 개발환경 등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완전히 새판을 짜겠다는 각오다.

◆생활플랫폼 자리매김은 아직…앱 안정성도 중요

대형 금융그룹이 표방하는 슈퍼앱이 실제로 슈퍼앱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국내 증권사와 신용카드사에서 근무 경력이 있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는 검색을 위한 대표 앱이라는 지위를 통해 쇼핑, 금융 등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고,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면서 “금융사 앱은 그룹 계열사를 한데 모으고 비금융 기능을 탑재했지만 정작 금융 업무 이외엔 활용 빈도가 아직 낮아 이를 개선할 만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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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오현승 기자가 주요 금융회사의 앱을 살펴보고 있다.


슈퍼앱을 지향하지만 여전히 결제 및 이용 내역 확인 등 단순 기능의 활용도만 높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고객들의 금융 생활에서 카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이는 수퍼앱 내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당장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몰라도 이용자의 잦은 앱 이용 유도해 다양한 상품에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앱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도 신뢰와 전문성이 고유의 경쟁력인 전통 금융회사의 숙제다. 한 지방은행의 신사업추진 관련 부서 관계자는 “여러 기능을 한 앱에 넣으면 앱 용량이 커져 처리 속도가 느려지거나 업무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앱 내 업무 처리 속도와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서비스를 탑재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슈퍼앱이 아니면서도 은행 앱 자체가 멈춘 사례도 있다. 2019년 7월 카카오뱅크는 연 5%대 금리를 내걸며 특판 예금을 내놨다가 신청자가 몰리며 40분간 앱이 먹통이 되는 등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2019년 3분기 이 은행의 수신 관련 민원 건수는 95건으로 은행 내 1위를 기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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