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제2의 호갱법]①가계통신비 부담던다더니…고가단말·요금 써야 지원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단말을 구매한 번호이동 가입자에 추가 혜택을 주는 전환지원금 제도가 본격 시행됐지만, 초반부터 실효성이 지적된다. 이동통신3사가 지급하는 전환지원금의 규모가 너무 적은데다, 그나마도 고가 단말과 고액 요금제에 집중된 탓이다.

하지만 이통사만을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가계통신비의 한 축을 이루는 단말기 가격은 그대로로, 제조사의 참여없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환지원금 시행 넷째 날인 이날 기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지급하는 전환지원금은 전날과 같다.

앞서 이통3사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 고시 제·개정에 따라 지난 16일부터 전환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전환지원금은 단말을 구매한 번호이동 가입자를 대상으로 공시지원금(단말할인) 외 추가로 주어지는 혜택이다.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부과되는 위약금이나 심(SIM) 비용, 장기가입자 혜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이통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현재 출고가 171만9300원인 갤럭시Z폴드4 5G(512GB)를 구매하고 SK텔레콤으로 번호를 이동하는 경우, 기존 공시지원금(72만원)과 유통망 추가지원금(10만8000원) 외에도 전환지원금(최대 12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통신비 할인(선택약정 할인)보다 단말 할인(공시지원금)을 받는게 유리한 상황이다. 선택약정 할인을 받는 경우 53만4600원이 지원된다.

하지만 시장에선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이다. 당초 정부는 전환지원금 도입으로 단말기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지원금 규모가 최대 2배까지 높아질 것으로 봤다. 번호이동 가입자는 공시지원금(최대 50만원)과 전환지원금(최대 50만원)에 더해 추가지원금 15%까지 받게되면 최대 115만원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환지원금은 소액에 그쳤다. 최대 13만원으로, 시행 첫날부터 지금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통3사는 전환지원금을 매일 조정해 고시할 수 있다.

지원금을 지급하는 단말도 한정됐다. 게다가 통신사마다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는 단말이 서로 달라, 계산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는 정보 불균형 해소를 통해 전체 이용자 편익을 증대한다는 당초 단통법의 취지에도 어긋난 것이다.

먼저, SK텔레콤은 ▲갤럭시Z플립5 ▲갤럭시Z폴드4 ▲갤럭시A15 ▲갤럭시A24 ▲갤럭시퀀텀 ▲아이폰SE 3세대에, KT는 ▲아이폰14 ▲아이폰14+(플러스) ▲아이폰14프로 ▲아이폰14프로맥스 ▲갤럭시S24 ▲갤럭시S24+ ▲갤럭시S24울트라 ▲갤럭시Z폴드4 ▲갤럭시 Z플립4 ▲갤럭시 Jump3 ▲갤럭시A15에 한해 전환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아이폰15프로 ▲갤럭시Z폴드5 ▲갤럭시Z플립5 ▲갤럭시A24 ▲갤럭시A15 구매자에 대해 전환지원금을 지급한다.

SK텔레콤은 저가 단말에,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갤럭시S24·아이폰15 등 신규 프리미엄 단말에 전환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업자 간 가입자만 주고받는 소모적 경쟁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환지원금 도입에 따른 가계통신비 경감 효과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환지원금을 많이 받으려면 결국 고가요금제를 선택해야하기 때문이다.

단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SK텔레콤은 5GX플래티넘(월 12만5000원), KT는 초이스프리미엄(월 13만원), LG유플러스는 5G 시그니처(월 13만원) 요금제를 선택해야 전환지원금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일부는 통신비 할인(선택약정 할인)과 같이, 일정기간(최소 6개월) 해당 요금제 사용이 강제된다.

그렇다고 이통사만을 탓하긴 어렵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당초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과 맞물려 가계통신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고가 위주의 단말기 시장을 손보겠다고 했지만, 정부의 칼날은 여전히 이통사만을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비 지출 항목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오락·문화(6.9%), 음식·숙박(14.3%), 주거·수도·광열(13.7%), 교통(12%), 식료품·비주류음료(13.4%) 등의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였다. 증가폭도 전년보다 오히려 0.2%포인트 감소하면서, 오락·문화(34.9%p↑), 교통(21.6%p↑), 음식·숙박(21.1%p↑) 등과 대비됐다.

이후에도 이통3사는 5G 중간요금제와 청년·시니어 요금제를 출시, 올해 3만원대 저가 요금제도 출시되면 통신비 지출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단말기 고가화는 본격화 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5G(5세대 이동통신) 휴대폰 12개의 평균 출고가는 115만원을 웃도는 등 단말기 가격은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정부 역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적인 대책으로 제조사에 중저가 단말 출시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이통사와 제조사 간 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한편,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나온다. 해외 제조사인 애플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제도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전환지원금 도입으로) 단말 구매시 소비자의 선택지가 확대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 정책 효과를 내려면 정책 목표를 먼저 분명히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제조사를 규율하고 있는 법이 없는데, 단말 자체 가격 인하에 목표를 맞춘 정책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젠 단순히 통신비나 단말비 감면이 아닌, 서비스 혁신을 통한 가계통신비 경감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김용희 경희대 교수는 "경쟁 비용이 늘면 통신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고, 투자 여력이 줄면 거기에 대한 피해는 소비자에 돌아갈 것”이라며 "이 같은 프로모션 경쟁을 통해선 결국엔 아무도 이익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서비스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