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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회사서 숨진 우울증 20대…일기장엔 "대표님 폭언, 자꾸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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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업무상 재해"

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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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앓고 있던 근로자가 직장 상사의 폭언으로 증상이 나빠져 투신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근로자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당시 26세)는 2020년 7월 B사에 입사했다.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친 후 정식 채용한다는 조건이었다. 이 회사의 대표인 C씨는 정식 채용을 앞둔 A씨에게 질책과 폭언을 했다. 이에 A씨는 해고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같은 해 10월 A씨가 쓴 일기에는 "생각이 복잡하다. 욕먹었던 대표님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안 혼나고 싶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2018년 말부터 '상세불명 우울에피소드'로 진료받아 온 우울증 환자였다. 입사 후 A씨의 우울증은 점차 악화했고, 결국 2020년 10월 B사 회의실에서 투신해 숨졌다.

법원은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망인이 사망 전 상세불명 우울에피소드로 진료받은 기록 △망인이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 △망인의 일기 등 △주치의 소견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망인의 우울증상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했지만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직장생활을 계속할 정도로 유지됐다"며 "B사에서 수습 기간 후 해고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상당히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망인은 사망 전날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회사 대표로부터 '처음 들어왔을 때랑 달리 낯빛이 좋지 않다' '정신질환 있냐' 등의 폭언을 들었다. 이로 인해 극심한 수치심과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런 업무상 스트레스는 망인의 우울증세를 크게 악화시켰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으로 망인의 우울증세가 악화됐고, 정상적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고 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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