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선거와 투표

한국서 열린 민주정상회의 온 대만 인사 "사이버공격 받고 있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이 주최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 장관급 인사가 참여해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의 개입 시도와 사이버 공격 등 중국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주도로 출범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미국 외 지역에서 열리는 건 처음인데, 윤석열 정부 역시 대만을 초청하며 민주주의 국가들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회의 취지를 이어갔다.

탕펑(唐鳳·영어명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은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회의에 보낸 화상 메시지에서 "대만은 불균형하게 많은 사이버 공격을 받고 있다"며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의 개입 시도도 훌륭하게 대처해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불러선 안 된다"고 강력히 반발하는 중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는 모습. 대통령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회의'도 참여한 대만 장관



구체적으로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가 당선된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와 관련해 "권위주의자들의 사주를 받은 악의적 행위자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보를 오염하고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했지만, 대만 정부와 국민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분열과 불화의 시도에 맞서 단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여러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대만은 민주주의를 강화해 자유로운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훌륭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대만 정부 관계자의 참여 여부는 회의 전부터 큰 관심사였다. 그 자체가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정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아닌 한국이 주최국이었기 때문에 중국의 반발 등을 두고 더 주목을 끌었다. 윤석열 정부는 대만을 초청함으로써 가치외교의 원칙을 지키고 글로벌 무대에서 민주주의 진영의 구심점으로 리더십을 부각하는 선택을 한 셈이 됐다.

하지만 정부는 탕 위원이 장관급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 '장관급 회의'에서 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오후 이어진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의 세션 2 말미에 탕 위원이 사전에 녹화해 전송한 영상을 공개했다. 사회자도 탕 위원이 "개인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정상회의를 주최하며 보란듯이 대만 초청 사실을 사전 공개한 미국과 달리 중국을 배려하는 듯한 조치를 취한 셈이다.

중앙일보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는 모습.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이버 공격 급증…강력 대응"



탕 위원 역시 영상에서 중국을 겨냥하면서도 직접 중국을 거명하지는 않았는데, 이 역시 주최측인 한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대만 해협 지도까지 들고나와 의도적으로 중국을 자극했던 지난 회의와는 다소 다른 태도였다.

다만 메시지 자체는 직접적이었다. 탕 위원은 "대만은 최근 불균형적으로 많은 사이버 공격을 받고 있다"며 "핵심 인프라와 주요 웹사이트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AI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AI와 디지털 기술의 역효과를 방지할 필요성은 이날 개회식 환영사를 맡은 윤석열 대통령도 강조했던 바다. 윤 대통령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 시스템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간 디지털 기술의 격차가 경제 격차를 확대하고 이는 다시 민주주의의 격차를 크게 만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전날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도 만나 "한·미 동맹은 '가치 동맹'으로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기에 더욱 강력하다"며 "더 나은 민주주의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고 말했다.



당일 아침 '北 도발' 규탄



이에 블링컨 장관도 "지난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달성된 성과를 올 한 해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 도발에 대한 확고한 대응과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미국은 항상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미 외교장관의 오찬을 겸한 회담에서도 북한의 도발은 주요 의제였다. 특히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44분부터 동해 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는데, 곧 있을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북한 인권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에 반발하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양 장관은 "민주주의 정상회의 직전에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 수 발을 발사한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에 의한 서해에서의 그 어떠한 잠재적인 일방적 변경 시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또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을 부정하고 있으나 우리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확장시키는 통일 노력을 계속해서 경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내세운 '2 국가론'을 반박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통일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구상을 재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일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오찬을 겸해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대화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개의 전쟁 메였던 블링컨 방한



이날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개의 전쟁 대응으로 분주한 가운데 이뤄져 관심을 모은다. 한국의 총선, 미국의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을 제어하는 한편,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아시아의 동맹을 관리하는 의미도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방한 일정을 마치고 필리핀으로 떠나 중국과 영유권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남중국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개회식에서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훼손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이어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허위 정보(disinformation)를 전파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우리는 정보 조작에 맞서기 위해 동맹, 파트너를 결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마리아 가브리엘라 좀머펠트 에콰도르 외교장관의 축하를 경청하는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