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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약계좌에 왜 가입하나. 청년 코인 투자가 최고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청년도약계좌는 지난달 만기가 대거 돌아온 정책상품 '청년희망적금'을 대신해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다. 좋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최근 코인시장이 들썩이면서 청년들 사이에서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하느니 만기 해지금으로 코인 투자를 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비트코인 급등 소식에 가상자산 거래소 앱 사용량은 크게 늘었다. 1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의 활성 이용자 수는 올해 초 145만8502명에서 지난 12일 254만4515명으로 74.5% 증가했다. 빗썸 또한 74만7129명으로 92.9% 증가했다.
증시를 빠져나간 돈이 가상자산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요구불예금 계좌의 잔액은 614조원으로 집계됐다. 1월 말보다 23조원 넘게 급증한 수치다. 요구불예금 계좌는 입출금 통장처럼 낮은 이자를 지급하지만, 자유롭게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계좌다. 특히 코인거래소 연계 실명계좌 발급 서비스를 진행하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요구불예금이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과, NH농협은행은 빗썸과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일부 은행은 앞다퉈 코인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케이뱅크는 이달 도입된 가상자산 거래소 입출금 한도 상향 조건을 홀로 낮게 적용했다. 다른 은행은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데, 케이뱅크는 3일 만에 가능하다. 농협은행도 최근 '가상통화 계좌 개설 관련 유의사항'이라는 공문을 영업점에 보내고 코인 투자자들에게 문턱을 대폭 낮췄다. 농협은행은 가상자산 거래 실적이 있으면 한도 계좌 해제가 가능케 했다. 가상자산 거래 목적으로 신규 계좌를 열 때 한도 계좌로 개설하되, 일정액 이상을 거래할 땐 한도 계좌를 풀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시장을 떠나 코인시장으로 가는 게 당연한 선택이다. 코스피에 상장된 953개 종목 중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비트코인 수익률인 68.8%를 넘은 종목은 이수스페셜티케미컬(116.6%), HD현대일렉트릭(80.1%), 대양금속(70.8%) 단 3개뿐이다.
물론 코스피 종목 대비 비트코인이 투자 위험도가 높고 가치 평가도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익률 차이가 벌어질수록 주식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할 수밖에 없다.
코스피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올해 누적 개인 순매수 또한 지난달 8일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개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2조8721억원을 순매도했다.
종목별로 보면 더 뼈아프다.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도한 코스피 종목은 2조3970억원을 매도한 현대차다. 7847억원을 순매도한 삼성물산이 2위였고, 기아(6920억원), 삼성전자우(6361억원)가 뒤를 따랐다. 이들 모두 정부가 올해 기업 밸류업 정책을 시행하면서 주가가 많이 오른 주도주다. 정부 정책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이들 종목의 상승이 단기성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다만 투자자들이 몰려가고 있는 코인시장이 이미 과열됐다는 건 우려스러운 점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선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장세가 지속하면서 비트코인이 해외보다 9%가량 비싼 가격(김치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김치 프리미엄은 2022년 11월 9일 당시 세계 2위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비트코인이 급락했을 때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개인투자자 위주인 국내 시장 특성상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투매가 나와 역으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김치 프리미엄 9%에 역프리미엄까지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격이 과열되는 이유가 오로지 상장지수펀드(ETF)발 매수세에 대한 기대감인 것도 문제다. 실제 비트코인은 지난 15일 ETF발 매수로 인한 상승세가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한때 가격이 8% 급락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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