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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제도의 궁극적 목적은 노후 보장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연금을 나눠서 받기보다 일시금으로 수령하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확보하려면 세제 혜택을 강화해 연금화율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민연금연구원·한국퇴직연금개발원·한국연금학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퇴직연금 수급을 개시한 만 55세 이상의 계좌 45만7468개 중 92.9%인 42만4902개가 일시금 형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급 개시 계좌 중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중은 2020년 3.3%, 2021년 4.3%, 2022년 7.1%로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는 여전히 낮다.
퇴직연금 제도의 뿌리는 1961년 도입된 퇴직금 제도다. 이 때문에 정기적 투자로 연금 자산을 불려 나가기보다 일시금으로 목돈을 확보해 당장 생계에 활용하려는 국민이 적지 않다.
실제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은 이직·퇴사 시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퇴직급여가 이전되는데, 이를 지속적으로 적립하기보다 일회성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국민연금연구원은 "많은 근로자가 아직까지 노후 소득 보장 제도가 아닌 퇴직 시 받을 수 있는 목돈 혹은 근로 기간 중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활용 자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에 중도 인출이나 퇴직연금 해지를 큰 고민 없이 쉽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을 강제하기보다 세제 혜택을 강화해 자연스레 국민의 연금화 유인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소득세법상 연금으로 수령할 때 세액은 일시금 수령 대비 70%만 부담하는데, 이 정도 혜택으로는 전환 유인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30년 이상 근무했을 때 연금 수령과 일시금 수령의 세액 차이는 1.4%에 불과했다.
홍경식 한국퇴직연금개발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금 적립액 차이가 큰 게 문제"라며 "저소득 근로자는 연금 자산을 많이 마련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강화해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국민도 세제 혜택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한국연금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일시금이 아니라 연금으로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연금 수령 시 세제 혜택 확대를 꼽은 비율이 3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자동연금지급 제도(24.6%), 연금 수령 의무화(20.7%), 일시금 수령 시 세제 부담 강화(10.6%)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연금을 수급할 때 소득세액 혜택 확대와 함께 IRP 세액을 하향해 해지율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다. 호주에서는 IRP 세액공제 환급금을 퇴직연금 계좌로 직접 적립해주고 있다. 또 담보 대출제를 도입해 중도 인출이 급할 때 '출구'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연금을 인출하더라도 향후 재적립 시 퇴직소득세를 돌려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산해 9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되는데, 이를 구분해 퇴직연금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인연금은 퇴직연금보다 해지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연금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수익률 제고도 중요하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자산 배분형 펀드인 '디딤펀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디딤펀드는 국민연금처럼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에 분산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안정적 투자 성향을 지닌 연금 가입자가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디딤펀드는 가입자 위험 성향을 선택하되, 경기에 따라 자산을 조정할 수 있어 연금 투자자의 계좌 해지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즈끝>
[차창희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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