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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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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 계좌 동원해도 1주 받을까 말까”…주목받지 못한 공모주인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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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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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모주 시장에서 빈손 청약이 속출하는 가운데 또다른 대량 ‘0주 배정’ 후보기업이 나타났다. 클라우드 전문기업인 이노그리드는 기업 내용이나 공모가 매력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공모 주식수가 워낙 적어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잇따라 터지고 잇는 대량 빈손청약 사태가 또다시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노그리드는 오는 20~21일 이틀간 한국투자증권에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2만9000~3만5000원이다. 지난 12일 시작된 수요예측을 오는 18일 마무리하고 최종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공모가 희망범위를 기준으로 공모 규모는 174억~210억원, 예상 시가총액은 1317억~1590억원이다.

사실 이노그리드는 IPO 시장에서 최근까지 큰 주목을 받는 종목은 아니었다. 원래 다음주에 코칩과 민테크의 공모 청약이 예정돼있었다. 두 회사 모두 IPO 시장에서 기본 이상의 흥행이 보장된 배터리 관련 기업이다. 코칩은 18~19일, 민테크는 19~20일로, 나흘 동안 3개 기업이 청약을 받는 일정이었으나 코칩은 내달 25~26일, 민테크는 내달 23~24일로 청약을 연기했다. 어부지리로 이노그리드가 단독 청약의 행운을 누리게 됐다.

이노그리드의 주사업 영역인 클라우드 부문은 진입장벽이 낮아 국내외 굴직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은 점차 커지겠지만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예단하기 힘든 시장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이노그리드는 아직 돈을 버는 기업은 아니다. 이노그리드의 연도별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20년 -24억원, 2021년 5억원, 2022년 -46억원, 지난해 가결산으로 -9억원이다. 또 증권신고서가 제출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는 완전자본잠식, 지난해 말 가결산 기준으로 부분자본잠식 상태이기도 하다.

이노그리드의 공모가를 두고도 말이 나온다. 이노그리드는 적자 상태인 만큼 기술성장특례로 상장심사를 통과했다. 공모가는 2년 뒤인 2026년 1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다는 추정을 토대로 산출됐다. 이 회사의 지난 2022년 한해 매출액 141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다만 공모 구조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최소청약주식수를 50주, 100주 단위로 책정하거나 주당 가격을 높여 균등배정에서 1주도 받기 힘든 공모주들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이노그리드도 그 중 하나다. 이노그리드는 일반 개인 투자자 몫으로 15만~18만주를 배정한다. 이 중 절반인 7만5000~9만주가 균등배정으로 나오게 된다.

최근 공모 청약을 마친 IPO 기업들의 청약 참여 계좌수를 보면 삼현이 48만7225 계좌, 케이엔알시스템 45만5687 계좌, 오상헬스케어 39만9291 계좌로 대략 40만~50만 계좌 수준이다. 이노그리드 청약에 40만 계좌가 들어온다고 보면 균등 배정으로 1주라도 받을 확률은 대략 18.8~22.5%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5명 중 4명은 1주도 받지 못하는 빈손 청약이 된다. 앞서 지난달 14~15일 청약을 접수한 에이피알은 균등배정 확률이 고작 6%였고 이달 공모 청약을 접수한 오상헬스케어는 31%, 삼현은 51%였다.

이노그리드 청약을 준비하는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상장일부터 대량 매물이 출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상장 당일 유통가능물량 비중은 52.60%다. 수요예측에서 보호예수를 거는 기관 투자자들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숫자는 큰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상장 당일 유통가능물량비중이 20% 후반대다. 30% 중반을 넘어가도 악재로 언급되는데 이 회사는 50%가 넘는다.

이 회사는 비상장사임에도 소액주주가 700명 가까이 있다. 대주주와 주요 기관 투자자를 제외하고 1% 이상 주주, 소액 주주들이 총 47.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단 8.57%만 보호예수로 묶였다. 보호예수를 거부한 기존 주주들은 상장 당일이라도 주가가 크게 오르면 팔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주가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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