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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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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만 100kg, 지나가다 머리 걸려 넘어질 뻔”…전국 곳곳에 나부끼는 총선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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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매일경제

지난 14일 경기 화성시의 한 횡단보도 인근 가로수에 제22대 총선 관련 현수막이 부착된 모습. 관련 법에 따르면 2.5m 이상 높이에 설치해야 하지만, 이 현수막의 높이는 1.6m 남짓에 불과했다. [이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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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 덮치면 진짜 큰일이죠.”

지난 14일 경기 화성시에서 만난 현수막 제작업체 관계자 A씨는 한 건물 외벽에 내걸린 초대형 선거 현수막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저거 무게가 100kg 정도다. 설치 전에 말아놓은 상태에서도 사람 3명이 겨우 든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뒤이어 A씨가 덧붙인 말은 충격적이었다. “건물 쪽에서 외벽이 약하다고 피스를 못 박게 한다”며 “(특수) 양면테이프를 쓰고 다림질하는 방식으로 붙여놨다. 저 건물에 붙은 현수막들이 3000만원어치인데 테이프값만 한 150만원 정도”라고 그는 말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현수막으로 말미암은 ‘현수막 공해’가 또 재현되고 있다. 외관상 보는 이의 피로감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옥외광고물법 등을 위반한 상태로 게재되거나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한단 지적이 나온다.

매경닷컴이 지난 14~15일 서울 영등포구청역과 목동, 경기 화성·하남시 일대를 둘러본 결과, 관련 규정을 위반한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이 교차로나 건널목, 버스정류장 주변 2.5m 이상 높이에 현수막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사례였다.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운전자 시야를 가릴 만한 현수막은 아직 못 봤지만, 횡단보도 인근에 너무 낮게 설치돼 통행이 불편한 현수막이 몇 개 있었다”며 “개중에는 일반 가로수에 마구 묶어놓은 현수막도 있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다른 유권자도 “높이 제한 규정이 있는지 몰랐다. 알았으면 동네에서 몇 번 신고했을 것”이라며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 얼굴에 걸려 넘어질 뻔 해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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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된 정당현수막.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앞서 행정안전부는 내달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과거 전례가 반복될 것은 우려, 지난 1월 옥외광고물법과 관련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무분별하게 내걸리는 정당 현수막을 정돈하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자는 게 개정안 마련의 취지였다.

▲정당 현수막을 읍·면·동마다 2개 이내로 설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소방시설 주변 설치 불가 ▲교차로·건널목·버스 정류장 주변에는 2.5m 이상 높이에 설치 등이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의 골자다. 위반 시 시정 요구, 강제 철거와 과태료 부과 순으로 조치가 이뤄진다.

각 지방자치단체 부처가 단속·계도에 나서고는 있으나, 선거를 앞두고 현수막 관련 민원은 증가하는 추세다. 담당하는 인력은 한정되어 있지만, 오는 29일부터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되면 정당 현수막이 더 늘어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합동으로 단속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동네의 모든 현수막을 관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선거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어 정치권에서부터 문제의식을 공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토로했다.

관련 법을 준수하더라도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층 건물 외벽에 내거는 초대형 현수막이 대표적인 사례다. 크기와 무게가 상당하지만, 건물 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로프와 피스 등의 사용이 종종 제한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익명을 요한 한 현수막 제작업체 관계자는 “우리야 대형 현수막 만들면 큰돈 버니 당연히 좋지 않겠나”라면서도 “현수막 건 지 며칠 안 됐는데 이따금 봄가을에 태풍이라도 온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테이프나 실리콘만으로 작업했을 때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임의로 막 하면(걷어내면) 발주한 쪽에서 항의가 들어온다”며 “피스로 박고 고정해도 현수막 무게가 제법 있어 바람이 세게 불면 100% 안전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아직 현수막이 떨어져 발생한 큰 사고가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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