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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Pick] "'무덤 친구' 얼굴은 알아야지"…日 '합장묘' 인기에 등장한 이색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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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사후 유골을 같이 매장하는 '합장묘'가 새로운 장례 문화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동시에 함께 묻힐 사람들과 생전부터 만남을 가지며 친목을 다지는 모임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지난 1월부터 한 달간 수도권 등 지자체 9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합장묘의 수가 20년간 4배나 증가했습니다.

합장묘란, 가족 단위도 아니고 고향도 살아온 내력도 각기 다른 여러 사람이 삶을 마감했을 때 공동으로 이용하는 묘지를 말합니다.

계약금은 1인당 10만~20만 엔(약 90만~180만 원)이며, 개인이 관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연관 관리비는 필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사후 무덤을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않아도 될뿐더러 유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효고현 고령자 생활협동조합(생협)은 고베시에서 두 곳의 합장묘를 운영하고 있는데, 두 묘지에는 지금까지 100여 명이 안장됐고 생전에 이 묘지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사전 계약자만 256명에 이릅니다.

생협의 합장묘 담당자인 후지야마 타카시는 계약 철칙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동기를 가지고 계약한다"며 "개개인의 의사를 소중히 여기고 무리하게 강요하거나 권유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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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시 평화 묘지 합동 자례 묘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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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합장묘를 찾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합장묘에 누울 사람들과 생전부터 친목을 다지는 모임도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서로를 '무덤 친구'라는 뜻의 '하가토모'(墓友·묘우)라고 부릅니다.

생협은 10년 전 '살아있을 때 같은 무덤에 누울 사람들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무덤 친구들을 위한 점심 모임을 열기 시작해, 연 2~3회 개최하고 있으며 참석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깁니다.

처음에는 절반 정도였던 참석률은 90%까지 높아졌고, 현재 매 모임 참석자는 30명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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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행사에 참석한 무덤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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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합장묘를 계약한 이후 매번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는 아사카와 사치코(74)는 "같은 무덤에 들어갈 사람들인데 얼굴 정도는 아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모임은) 맛있는 밥만 먹고 끝나는 관계로, 서로 인생에 깊이 관여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모임 일정 중 자신의 근황을 보고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후지야마 타카시는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적어진다"며 "(근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덤 친구는 혈연관계가 아닌 수평적 연결로 이어지는 애도의 또 다른 형태로, 이 독특한 관계가 노인들의 삶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본 노인 생활문화 연구소 고타니 미도리 대표는 NHK에 "혈연 외 낯선 사람들과 함께 묻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무덤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고 차를 마시면 서로가 느슨하게 연결되고 지지할 수 있는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사진=NHK 홈페이지 캡처)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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