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인터뷰
연속혈당측정기 도입···학계 통념 뒤집는 연구 결과 나와
혈당 모니터링, 고무적이지만 체중감량 근거는 아직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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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만 켜면 내 몸의 혈당이 어떻게 변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상 아닙니까. 20년새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조영민(사진)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14일 연속혈당측정기(CGM)가 일상에 가져온 변화를 두고 “가히 혁명적”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가 CGM을 처음 접한 건 2000년대 중반쯤이었다. 서울대병원에서 의학연구 목적으로 한 대를 들여와 입원 환자 대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모니터 기계를 병실에 있는 도킹 시스템에 꽂으면 PC 화면으로 환자의 혈당을 연속적으로 볼 수 있는 방식인데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불편하고 센서의 수명도 사흘 남짓에 그쳤다. 조 교수는 “CGM 장비의 도입은 단순히 바늘로 찌르지 않고 혈당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연속 혈당 추이를 보게 되면서 학계의 통념이 뒤집혔다”고 설명했다.
2015년 저명한 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던 바나나와 쿠키 실험 결과가 단적인 예다. 동일하게 탄수화물 20g을 함유한 바나나와 쿠키를 섭취한다고 가정해 보자. 둘 중 어느 음식이 혈당을 더 올릴까? 대부분은 ‘쿠키’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는 800명이 넘는 피험자의 혈당반응을 CGM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제각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둘다 혈당이 오르는 사람, 반대로 둘다 안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둘 중 하나에 대해서만 혈당이 오르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먹어서 혈당이 오르면 나쁜 음식, 안 오르면 좋은 음식이라는 ‘혈당다이어트’의 개념이 생겨난 건 이 때부터였다.
조 교수는 일반인들이 내 몸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현상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봤다. 스마트폰으로 걸음 수(활동량)부터 심박수·호흡수·혈압 등의 생체 변화를 실시간 확인하고 기록할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다만 실제 체중감량이나 당뇨병 등의 질환 예방 효과와 연결 짓는 건 별개의 문제다. 아직은 CGM을 활용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비의료인이 자기 몸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완전히 증명되지 않은 행위를 하는 것을 일컬어 ‘바이오해커’라고 부른다. 혈당다이어트도 식사 전 식초를 먹고 방탄커피를 마시는 등의 유행다이어트법과 마찬가지로 바이오해킹의 일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조 교수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하면서 헬스케어 데이터가 고도화되고 있다.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며 “과학적 근거가 좀 더 쌓인다면 실생활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질병 예방에 도움을 받는 날이 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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