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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 역대 최고가를 찍은 뒤 1년 만에 70% 넘게 폭락하며 ‘크립토 혹한기’에 들어섰던 비트코인이 2년4개월 만에 다시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상승장은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비트코인을 마구 사들이며 펼쳐지고 있는데, ‘이번엔 다르다’는 낙관론과 ‘재앙 반복’을 예고하는 비관론이 시장에서 엇갈리고 있다.
14일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을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7만3천달러 선을 오르내리다가 최고 7만3573.91달러까지 올랐다. 최근 일주일 사이 7.6% 올랐고, 연초와 비교하면 73.9% 올랐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 사이 약 9%, 연초 대비는 78.2% 올랐다. 이날 한 때 1억5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이처럼 폭등하는 건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을 쓸어 담으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판매를 승인하며 비트코인이 기존 제도권 금융에 본격 편입되자, 전 세계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내놓은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펀드에는 12일 하루에만 8억4900만달러가 흘러들어왔다. 이날 미국 상위 10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10억 달러다. 누적(1월11일~3월12일) 유입 자금은 111억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비트코인의 주간 채굴량은 약 6300개 남짓인데, 이는 최근 주간 4만개가 넘는 매수 수요를 만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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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매수 행렬이 당분간 이어질 거라 내다본다. 미국 제이피모건은 향후 2∼3년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규모가 620억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쉬워지면서 자산운용사마다 비트코인 배분율을 높이는 상황”이라며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한 수요가 가격을 뒷받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장지수펀드를 통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과거 상승 사이클 대비 (현재 가격은) 과열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 대선 향방도 향후 비트코인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미 대선 후보는 “재집권시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를 허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암호화폐 규제를 추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간 대선 결과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향후 요동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가격 상승세를 쫓아 무조건적인 추종 매수가 뒤따르고 있어 단기적 조정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디지털자산 분석회사 스위스블록의 연구원들은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5만8천∼5만9천달러 선으로 조정될 것이라 전망했다. 임 연구원은 “밈 코인, 에이아이(AI)코인 등의 급등은 투기적 수요를 반영한다. 지금 가상자산 시장은 기관투자자 신규 진입 뿐 아니라 개인투자자 투기 수요가 혼재한 상황”이라며 “2021년처럼 가격 상승이 투자의 유일한 동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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