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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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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런 감독, ‘3전 4기’끝 오스카 품어… “영화사 한부분 돼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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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회 아카데미, 오펜하이머 7관왕

킬리언 머피-에마 스톤 남녀주연상… 셀린 송 ‘패스트 라이브즈’ 수상 불발

백인이 주요 부문 수상… 다양성 의문

양쯔충 등 동양인 시상자 차별 논란

동아일보

1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오펜하이머’로 첫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원자폭탄의 아버지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생애를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는 감독상과 작품상 등 7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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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2010년), ‘인터스텔라’(2014년), ‘덩케르크’(2017년) 등 명작을 내놓고도 유독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오펜하이머’(2023년)로 드디어 첫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원자폭탄 발명 과정을 담은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 역시 4관왕에 오르며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에 실패했다.

● 놀런 생애 첫 오스카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은 이변 없이 영화 ‘오펜하이머’였다.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놀런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띠며 무대 위로 올랐다. 그는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고 “영화의 역사가 이제 막 100년을 넘었고 이 엄청난 여정이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면서 “그 역사에서 의미 있는 한 부분이 됐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영광”이라고 말했다. 놀런 감독은 앞서 3번의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고 이번에 상을 탔다.

‘아이언맨’으로 친숙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오펜하이머’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그는 “상처 입은 한 마리 강아지 같던 저를 사랑으로 키워준 아내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남우주연상 역시 ‘오펜하이머’의 주연 킬리언 머피에게 돌아갔다. 그는 원자폭탄을 소재로 한 영화임을 빗대 “이 세상의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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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주연상은 ‘가여운 것들’의 에마 스톤에게 돌아갔다. 영화에서 여자 프랑켄슈타인인 ‘벨라’역을 소름 돋게 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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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영화 ‘가여운 것들’은 주연 배우 에마 스톤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돌아갔다. 2003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이 상을 처음 수상한 지 21년 만이다.

● 인종차별 논란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처음으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다양성 형평성 포용) 규칙’을 적용해 이목을 끌었으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카데미는 2015년 시상식 후보자가 모두 백인이라는 데에 항의하는 해시태그 ‘#Oscarsowhite’ 운동이 벌어지자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자정의 의미로 올해부터 영화계에서 소수자를 보호하는 4개 분야의 기준을 세우고 이 중 일부를 충족해야 수상 후보가 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그러나 올해도 작품상, 남우주·조연상, 여우주연상 등 큰 상은 모두 백인이 받아 뉴욕타임스는 “이 제도가 눈속임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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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조연상을 받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사진 오른쪽)가 전년도 수상자이자 베트남계 미국인인 키호이콴과 악수도 하지 않고 트로피만 건네받는 모습.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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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각에선 수상자들의 인종차별 논란도 일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에마 스톤이 전년도 수상자로 시상자 5명 중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배우 양쯔충을 무대 위에서 무시했다는 것. 그는 트로피를 전달한 양쯔충을 제대로 보지 않고 옆에 있던 제니퍼 로런스 등과만 포옹을 나눴다. 그러다 맨 마지막에야 양쯔충과 짧게 악수했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무대 위에서 전년도 수상자이자 베트남계 배우인 키호이콴에게 트로피를 낚아채듯 가져가고 악수도 나누지 않았다. 그와 키호이콴이 시상식 뒤풀이 자리에서 친근하게 포옹하며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지만, 온라인에선 인종차별적 제스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규탄하는 의미로 일부 배우들이 ‘빨간 단추’를 달고 나왔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기리는 ‘인 메모리엄(In Memoriam)’ 영상에 영화 ‘기생충’의 주연배우 이선균이 등장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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