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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사과수입 어려워…병해충 유입땐 생산 줄고 경제적 피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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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해충 유입땐 방제 비용 늘어 농가 피해…가격 올라 소비자 타격

외래 병해충 유입방지 위해 검역 필수…평균 8.1년 걸려

사과 수입 협상 11개국과 진행 중…일본은 8단계 중 5단계

연합뉴스

고르기 겁나는 사과 가격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세종=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일각에서 가격이 오른 사과 수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정부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당장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과를 비롯한 생과실, 열매채소 등을 수입할 때는 외래 병해충 유입 위험이 커 반드시 검역 협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검역 협상에선 병해충 유입과 관련한 위험성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때문에 절차가 길어진다.

검역 절차를 무시했다가 병해충이 유입되면 생산은 줄고 방제 비용은 늘어나 결국 가격 인상과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수입검역에 평균 8.1년…우리 농산물 수출 검역에 7.8년 걸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산물 수입을 위한 수입 위험분석은 모두 8단계로 이뤄진다.

단계별로 보면 ▲ 수출국 요청 접수 ▲ 수입 위험분석 절차 착수 ▲ 예비 위험평가 ▲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 위험관리 방안 작성 ▲ 수입 허용기준 초안 작성 ▲ 수입 허용기준 입안 예고 ▲ 수입 허용기준 고시·발효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식물방역법으로 이 절차를 정하고 있어 일부 단계를 생략·간소화할 수 없고 다른 과일의 위험관리 방안을 대신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분석 절차가 8단계나 되기 때문에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농산물을 수입하기 위해 진행한 위험분석 절차의 평균 소요 기간은 8.1년이다.

지난달 기준 수입 위험분석이 완료돼 수입이 허용된 품목은 76건(31개국)이고 이와 별개로 235건(51개국)에 대한 분석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단계 차이는 있지만 세계 각국 역시 국제식물보호 협약(IPPC),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 등에 따라 농산물을 수입할 때 수입 위험분석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우리 농산물을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 걸린 검역 협상 기간은 평균 7.8년이었고, 감귤은 뉴질랜드에 수출하기까지 23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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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수입위험분석 단계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재판매 및 DB[012030]금지]



사과의 경우 현재 11개국과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검역 협상이 마무리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11개국 중 절차가 가장 많이 진행된 곳은 일본으로, 지난 1992년 신청이 받아들여진 이후 5단계까지 와 있다.

그러나 분석 과정에서 특정 병해충(동북아 지역 서식 나방류)에 대한 위험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정부는 2015년 사과 대신 배부터 수입 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고 현재 3단계에 와 있다.

한 국가가 여러 품목에 대해 위험분석을 신청하면 양국 협의에 따라 우선순위를 부여해 순차적으로 절차를 시행하게 된다.

배의 경우 8개국에서 검역 절차를 진행 중인데 일본산 배 외에는 서양배 품종이다.

◇ "검역 절차 변수 많고 소비자 피해 우려도…소요 기간 예단 어려워"

수입 위험분석 절차는 품목 특성뿐 아니라 수입국과 수출국의 병해충 상황, 교역 구조, 수출국의 협상 품목 우선순위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소요 기간을 정확히 예단하기 어렵다고 검역당국은 설명했다.

정혜련 농식품부 국제협력관은 사과 수입 검역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대해 "다양한 변수 때문에 몇 년 걸린다고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중국산 체리의 경우 양국 상황이 맞아떨어지며 협의가 빨리 진행돼 이례적으로 검역 협상이 3.7년 만에 완료됐다.

사과는 30년 넘었지만, 마무리된 국가는 없다. 호주는 지난 1989년 검역 절차를 신청했으나 아직 1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고 독일은 사과를 협상 우선순위 품목으로 삼은 만큼 2016년 신청해 현재 3단계에 와 있다.

다만 검역당국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이런 검역 절차를 무시하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래 병해충이 유입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 줄고 품질은 저하되며 방제 비용은 늘어 농가 피해가 불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사과를 통해서는 과실파리류, 잎말이나방류 등이 국내에 유입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병해충이 유입되면 파프리카, 배, 딸기, 포도, 감귤, 단감 등의 수출이 전면 중단되고 수출 재개까지 긴 시간이 걸리게 된다.

실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난 2015년, 멕시코 콜리마주에서는 지난 2019년 각각 지중해 과실파리가 유입돼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불법 반입된 묘목을 통해 과수화상병이 유입된 것이 대표 피해 사례로 꼽힌다.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하며 감염 시 식물의 잎,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붉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며 마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검역당국은 미국에서 불법으로 들여온 사과 묘목을 통해 과수화상병이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처음으로 국내 발생이 보고됐고 현재 발생 지역이 34개 시·군으로 늘었다.

과수화상병 유입에 따라 2015년부터 작년까지 손실 보상액은 연평균 247억원이 들었고 방제 비용은 365억원이 소요됐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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