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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대지진’이 11일로 13주년을 맞이하면서, 일본에서는 여전히 수습이 요원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문제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 원전을 폐기하고 지역을 재건하겠다며 원전에 고여있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했으나, 정작 방류의 명분이 된 폐로 작업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NHK는 이날 “세계 최악의 수준이 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사고로부터 13년이 된 현재 처리수(오염수)의 방류는 시작됐지만, 녹아내린 ‘핵연료 찌꺼기’(데브리)의 제거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정은 연기가 불가피한 상태”라며 “길어도 사고가 일어난 이후 40년(2051년) 안에 폐로를 끝내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불투명함을 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 원전은 동일본대지진 당시 거대 해일의 영향으로 전원이 손실됐고, 핵연료를 담은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녹아내린 핵연료 파편들은 현재 주변 구조물과 뒤엉킨 채 강력한 방사성 물질을 내뿜고 있다. 원전을 폐로하려면 이같은 데브리의 제거부터 이뤄져야 한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당초 이달 데브리 제거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10월로 일정을 재차 연기했다. 이 작업의 연기는 벌써 세 번째다. 현장의 방사선량이 매우 높아 로봇팔을 조작해 데브리를 꺼내야 하는데, 로봇 개발이나 내부 조사에 시간이 걸리고 로봇팔을 넣는 배관 내부도 막혀 있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핵심 작업이 지체된 이상, 당초 목표였던 ‘40년 내 폐로’는 이행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폐로가 늦어지면 오염수의 발생이라도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원전으로 유입되는 빗물이나 지하수를 막아야 한다. 도쿄전력은 이를 위해 2028년까지 지면을 포장하고 원전 지하의 틈새를 메우겠다고 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나온다. 도쿄신문은 “실제 지하수가 어떻게 건물 내로 유입되는지 정확히 알기 힘들고, 건물 근처에는 다양한 구조물이 있다”며 도쿄전력의 구상대로 될지 미지수라고 이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10년이 넘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지 못하면서도, 최근 원전 부활에 힘을 실어 비판을 받았다. 이날 도쿄 도내에서는 시민단체 관계자 등 400여명이 정부의 원전 정책과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비판하는 집회를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20대 보육교사는 “나는 원전 사고로 고교 입학식도 못 하고 3년간 임시학교에서 생활해야 했다”며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원전을 없애고 싶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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