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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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8일 해제됨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사 외압 의혹의 실마리를 풀어줄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도 부정적인 여파를 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이날 “종전대로 차분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서 사실 규명을 위한 수사 절차를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법무부가 이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를 발표한 직후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공수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부임해 해외에 체류하면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공수처가 전날 급하게 이 전 장관에 대한 4시간짜리 약식조사를 한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약식조사는 법무부가 이날 이 전 장관 출국금지를 해제한 사유 중 하나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공수처가 핵심 피의자의 출국금지 해제에 일조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 전 장관 약식조사로 수사의 ‘스텝’이 꼬였다는 분석도 있다. 핵심 피의자 소환조사는 휴대전화 등 압수물 분석과 하급자 등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한 다음 단계에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인 수사 절차다. 중간 단계에서 핵심 피의자를 소환할 경우 수사 정보와 방향이 노출될 수 있어 ‘윗선’ 피의자는 대체로 출석 조사가 늦게 이뤄진다. 하지만 통상적인 수사 절차와 다른 이 전 장관에 대한 약식조사로 인해 ‘수사의 ABC’가 헝클어졌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다만 출국금지는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도 해제가 가능해 짧은 시간이더라도 조사를 하려면 전날 조사가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공수처의 수사 의지가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이 전 장관이) 국가를 대표해서 공무로 정식 인사 발령을 받아 가는 부분도 (수사에) 고려해야 할 중요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공수처의 이 같은 태도는 향후 관련자들 수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속성상 수사기관이 핵심 피의자에게 어떤 태도와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다른 관련자들의 수사 협조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전 장관이 받고 있는 직권남용 혐의 사건은 통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된 피해자 등 참고인 진술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공수처 측은 내부적으로 이 전 장관의 출국이 수사에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자 조사와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이 전 장관의 혐의를 다진 뒤 그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향후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 방향은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혐의가 뚜렷해지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 생기면, 국내로 들어와 조사받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 반면 혐의 입증이 지지부진할 경우 서면조사로 갈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약속 출국’처럼 떠나는 이종섭 호주대사···법무부·공수처의 ‘주거니 받거니’식 출금 해제
https://m.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3081907001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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