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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넘는 '버섯커'? 방치형 게임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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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커 키우기'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매출 850억 원 인기
"콘텐츠에 많은 시간 쓰지 않는 흐름의 일부"
한국일보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4399게임즈가 유통하는 '버섯커 키우기'가 2월 국내 게임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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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성장하는 '방치형 게임'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매출 순위 상위권을 '버섯커 키우기'를 비롯한 방치형 게임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7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월 한국 앱마켓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게임은 중국 유통사 '4399게임즈'가 유통한 '버섯커 키우기' 나타났다. 앞서 전날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는 버섯커 키우기가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한국 서비스 2개월 만에 매출로 약 850억 원 쌓였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시장을 놓고 봐도 매출의 66%가 한국에서 나왔다.

버섯커 키우기의 인기 비결은 일차적으로는 중국 모바일 게임 특유의 광고 공세에 있다. 주로 무료 모바일 게임이나 유튜브, 틱톡 등에 광고를 대거 쏟아내 이용자의 관심을 끄는 방식이다. 유튜브 스타인 나선욱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 자체도 유행과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센서타워에 따르면 현재 버섯커 키우기는 광고가 아닌 앱마켓 자체에서 게임을 검색해 찾아오는 신규 이용자가 더 많다. 게임 자체의 힘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전에도 '키우기'로 표현되는 방치형 게임이 조금씩 인기를 얻어 온 것이 버섯커 키우기를 계기로 폭발한 걸로 보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 데이터를 보면 버섯커 키우기를 비롯한 방치형 RPG의 올해 1월 매출은 지난해 1월 대비 82.5% 늘어났다. 지난해를 풍미한 MMORPG나 애니메이션풍 '서브컬처' 게임 등 매출이 감소하자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세븐나이츠 키우기' '소울 스트라이크'... 대형 게임사 작품도 등장

한국일보

한국 게임사가 개발한 방치형 게임들. 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위 사진)와 컴투스홀딩스 '소울 스트라이크'.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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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게임은 휴대폰에 게임을 실행시킨 후 바라만 보고 있어도 플레이어 캐릭터가 알아서 움직이며 자라는 방식의 게임이다. 게이머는 캐릭터가 획득한 아이템을 분별해 캐릭터에 장착하거나 능력치를 분배하는 등의 형태로 게임에 개입한다. 성장 속도를 올리거나 성능 좋은 캐릭터를 얻기 위해 광고를 보거나 과금을 하는 방식으로 게임사에 수익이 돌아간다.

그동안은 중소형 게임사나 독립개발자가 만든 방치형 게임이 여럿 나왔지만 최근 대형 게임사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해외 게임으론 '픽셀 히어로'와 '개판오분전'이, 국내 게임으로는 로드컴플릿의 '레전드 오브 슬라임'과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이 인기를 끌었다. 컴투스홀딩스가 1월에 내놓은 '소울 스트라이크'도 2월 들어 매출을 늘렸다.

방치형 게임은 콘텐츠 소비자들이 더 이상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 '스낵 컬처'에 맞춰 게임이 탈바꿈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전통적 의미의 게임이 성공하기 힘들어졌다는 면에선 부정적 신호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방치형 게임의 성공은 모바일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게임에서 영상으로 넘어갔고 게임 자체도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유행이 바뀐 연장선상에 있다"면서 "게임 시장 전체 규모 축소와 함께 젊은 층이 더 이상 게임을 열정적으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에 게임사들도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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