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공수사권을 다시 국가정보원에 돌려주겠다고 공약하고 나섰다.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 격인 진보당 인사들이 범야권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 입성이 유력시되자 대공·방첩 강화를 전면에 내세워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한 위원장은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총선에서 승리한 다음 바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회복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첩보는 정보 영역이지 수사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정보기관에서 간첩을 잡는 업무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대공수사 기능은 복원시켜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는 2020년 12월 국내 정치 개입과 인권침해 방지 등을 위해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를 삭제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지난 3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현재 경찰은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산하에 대공수사를 전담하는 '안보수사단'을 신설해 관련 수사를 펼치고 있다. 안보수사단은 140여 명, 4개 수사대로 구성됐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경찰 인력으로는 고도의 전문성과 오랜 수사기간이 필요한 간첩수사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적발된 자주통일민중전위 등 사건의 경우 국정원이 국내외 정보라인을 수년간 가동해 수사를 펼치며 증거를 수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최근 민주당이 비례정당에 진보당을 합류시켜 사실상 당선권 순번을 주기로 했다고 지적하며 "(국정원 대공수사권 복원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범야권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장진숙 진보당 공동대표와 전종덕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 등이 비례대표 후보가 됐다. 여권에서는 이들이 2014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자신이 살기 위해 통합진보당 후신 등 종북 세력에 전통의 민주당을 숙주 정당으로 내주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간첩 전력자들이 올해 이 대표의 신원보증을 받아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에는 경찰, 검찰, 국정원, 국방부 등의 핵심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자료 요구권이 있다"면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개정된 국정원법은 이제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고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한 위원장은 검찰에만 있어서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국정원의 흑역사를 바로잡고자 했던 과정을 몰라서 망언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정훈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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