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왼쪽부터),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 류호정 개혁신당 후보.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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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아래 천당이요? 이번엔 한쪽으로 흘러가진 않을 것 같은데요.”
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한신2단지아파트 앞에서 만난 류제환(65)씨는 분당갑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보수적인 중산층 유권자가 많아 과거 보수 정당이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부르곤 했지만, 이번 선거 표심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류씨는 “분당갑도 분위기를 많이 타는 곳이라 과거처럼 특정정당 간판을 달았다고 표가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2020년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 김은혜 후보(50.1%)가 민주당 김병관(49.3%) 후보를 이겼지만, 0.8%포인트 차의 신승이었다.
분당갑 유권자가 예측불허라고 평가하는 것은 스타성 있는 3명의 후보가 격전을 벌이는 것과도 관계있다. 현역의원인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와 강원지사와 3선 의원을 지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축 중이고, 빈틈을 정의당 출신 류호정 개혁신당 후보가 노리는 구도다. 분당갑은 재건축 이슈가 있는 서현·이매·야탑동 대단지 아파트, 판교 등 IT단지를 아우르는 지역이라 유권자 성향도 각양각색이다.
김경진 기자 |
안 후보는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서현초등학교 인근 횡단보도 앞에서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30분 동안 교통지도 봉사를 했다. 그는 학부모와 아이들을 향해 연신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학부모 박모(40)씨는 “안 후보가 교육 정책에 관심이 많고,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서울대 나온 의사 출신 안 후보가 우리 동네를 대표했으면 좋겠다”(30대 학부모)는 이도 있었다.
다른 시각도 있었다. 봉사 활동을 하던 안 후보와 사진을 함께 찍은 강모(43)씨는 “사진을 찍긴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안 후보가 선거 때만 얼굴을 비치고 동네를 위해 한 일은 없는데, 정부에 쓴소리하는 것도 못 본 것 같다”며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경기 성남분당갑 후보가 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초등학교 앞에서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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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철수라는 이름값, 국민의힘 당세는 분명했다. 야탑역 앞에서 만난 김한승(49)씨는 “국민의힘이니까 고민 없이 뽑겠다”고 했고, 운중동에서 만난 70대 여성은 “안 후보는 대선주자이자 큰 정치를 하는 분이지만, 다른 사람은 누군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에게 도전장을 낸 이광재 후보는 그간 분당갑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중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16대 총선) 이후 가장 중량감 있는 인사로 분류된다. 18대 총선 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출마했지만, 당시 그는 무명(無名)에 가까웠다.
이 후보는 오전 7시 서현역 인근에서 ‘실력은 이광재’라는 글귀가 새겨진 파란색 점퍼를 입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며 출근길 인사를 시작했다. 이 후보를 본 20대 여성은 두 손으로 ‘엄지척’을 표현했고, 이 후보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한 이들도 있었다. 그중 한명인 신동식(70)씨는 “강원지사를 한 뒤 잘 안 풀리지 않았나”며 “이 후보가 경력으로는 안 후보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모(63)씨는 “제가 노사모(노무현 지지모임)에서 활동해 이 후보는 잘 안다”며 “주변 사람에게 저분을 뽑자고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분당갑 후보가 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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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마선언을 한 지 이틀밖에 안 돼 정치에 관심이 적은 주민들은 낯설어했다. 서현역 앞에서 이 후보와 주먹 인사를 나눈 주모(32)씨는 “누군지 몰랐는데 얼떨결에 인사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권심판론에 반응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백현동에 거주하는 문모(64)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막무가내다. 정부를 심판한다는 취지에서 이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후보는 2030 지지세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 서현역 앞에서 개혁신당을 상징하는 주황색 어깨띠를 매고 인사를 시작했다. 2015년부터 9년간 이 지역에 살고 있어 지역 밀착도가 높은 편이다. 류 후보를 알아본 30대 여성 3명은 큰 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쳤고, 50대 남성은 류 후보에게 다가가 “같이 셀카를 찍으면 안 되느냐”라고 부탁했다.
류호정 개혁신당 경기 성남분당갑 후보가 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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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관심이 표로 이어지는 건 다른 문제다. 특히 류 후보가 공략 중인 2030 표심도 오리무중이다. 서현역에서 만난 20대 여성 오모(28)씨는 “류 후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지만, 서현동에 거주하는 이모(34)씨는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으로 간 게 흠”이라고 평했다.
3자 구도는 변수를 낳게 마련이다. 민주당은 2000년에 분당갑 선거구가 생긴 후 2016년에 처음 이겼는데, 이때가 ‘새누리당-민주당-국민의당’의 3자 구도였다. 보수 성향이 강했던 국민의당 염오봉 후보가 14.5%를 가져간 게 컸다. 류 후보는 정의당에서 의원을 지냈지만, 지금은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 후보다.
■ 분당갑 숙원은 재건축…안철수 ‘속도’에 이광재 ‘맞춤형’ 맞불, 류호정은 ‘대장동 명칭 변경’
4·10총선 경기 분당갑 최대 이슈는 재건축이다. 1기 신도시인 분당구 일대는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지은 지 30년 넘은 아파트가 즐비하단 얘기다. 성남시에 따르면 2030년에는 분당구 전체 아파트 85.9%가 노후기준연도인 30년에 도달한다.
분당갑 주민의 투표 기준도 재건축 문제를 어느 후보가 잘 해결할지에 쏠릴 가능성이 크단 의미다. 올해 4월 27일부터 재건축·재개발 요건을 완화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유권자의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방향성은 다소 엇갈린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영재(43)씨는 “동네가 너무 노후해 물이 새고,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일이 허다하다”며 “다른 건 안보고, 재건축을 빨리 진행할 수 있는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분당에서 25년을 살았다는 이영선(61)씨는 “단순히 인구밀도만 높이는 재건축은 교통문제 등을 야기해 삶의 질을 확 떨어뜨린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디테일을 챙기는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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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재건축은 우리에겐 좀 와 닿지 않는 얘기다. 낡은 다리를 새로 놓는 등 피부에 닿는 사안을 챙기는 후보를 선호한다”(20대 IT 기업 종사자)는 목소리도 있다.
후보들도 재건축 이슈부터 파고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는 “재건축은 저의 3대 공약인만큼 뚝심 있게 추진하겠다”며 “분당 내에 이주단지를 만들고, 10년 이내에 재건축과 이주가 완성되도록 하겠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더 행복한 미래도시 분당으로 도약시키겠다”며 “성남 서울공항 고도제한을 풀어 재건축 사업성도 높일 것”이라고 했다.
류호정 개혁신당 후보는 “재건축만큼 중요한 주거환경 개선에 집중하겠다”며 “판교동 일대를 판교구로 개편하고, 논란이 된 대장동은 명칭을 변경해 지역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효성·이가람·전민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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