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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슈 연금과 보험

'7년 납입·10년 후 120% 환급'... 단기납 종신보험은 왜 표적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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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들 설계사 유치 위해 과도한 비용
단기 성과 위해 무리한 상품 구성
조건 달성 부담에 불완전판매 우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생명보험사들이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보험사의 장기 건전성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감원이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문제제기한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업계에서는 이런 과당 경쟁이 생보사들의 설계사 쟁탈전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현재 120%대의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110%대로 낮출 준비를 하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생보사들에 '무·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 상품개발·판매 관련 감독행정' 협의 안내문을 발송하면서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 한도를 하향 조정할 것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부터 생보사들은 보험 보장을 받으면서 원금에 이자까지 붙는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면서 단기납 종신보험 가입자를 늘려왔다. 환급률 경쟁이 거세지자 금감원은 보장성 보험인 단기납 종신보험이 사실상 10년짜리 저축성 보험처럼 불완전판매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만기 때 고객들이 일시에 해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체들에 경고해 왔다. 이에 생보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납입 및 거치 기간을 5·7년에서 10년으로 늘렸으며, 환급률도 130%대에서 120%대로 내렸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환급률이 여전히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생보사들이 이처럼 단기납 종신보험에 적극적인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장기간 보험금을 납부해야 하는 생명보험 가입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생명보험 전사합계 신계약건수는 1,154만1,016건으로 3년 전 대비 16%나 줄었다.

생보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과 같은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설계사 조직 확대를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면서 실적을 메우고 있다. 특히 전 보험사 상품을 다루는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확충하면서 실적만 된다면 경쟁사 상품도 적극 판매하고 있다.

설계사 쟁탈전마저 벌어지고 있다. 모 생보사는 성과가 높은 설계사에게 연봉 2억 원과 함께 스카우트 비용 1억 원을 제시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보험사는 대신 높은 수준의 성과 조건을 내걸었는데, 최소 매달 300만 원 규모 신규 가입자 유치가 기본이다. 결국 일부 설계사들은 조건 달성을 위해 불완전판매를 하거나 기존 고객의 보험을 신규로 갈아타게 하는 승환 계약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들을 데려오느라 많은 비용을 들인 회사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무리한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메뚜기처럼 잠깐 팔고 없어지는 제2의 단기납 상품이 앞으로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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