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10시 48분쯤 경남 창원시 용원신항으로 들어온 미국산 오렌지 컨테이너 1동에서 불이 나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수입산 농산물에 대한 검역·소독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4일 경남 창원시의 용원신항. 이날 오전 10시 48분쯤 검역 작업이 끝난 미국산 오렌지로 가득 찬 컨테이너의 문틈 새로 연기가 스멀스멀 새 나왔다고 한다. 연기가 점점 거세지더니 금세 컨테이너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항만 직원이 소화기 5대로 불을 꺼보려 했지만, 불길은 더 거세졌다. 곧이어 도착한 소방관 29명, 소방차 10대가 투입돼서야 약 1시간 50분 만에 불은 모두 꺼졌다. 이 불로 컨테이너 1동과 보관하던 수입 오렌지가 불에 타 소방서 추산 5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지난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용원신항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오렌지 컨테이너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독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4일 경남 창원시 용원신항에서 불이 나 오렌지 컨테이너 1동이 소실됐다. 소방 당국은 "검역 작업 도중 환풍기 쪽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독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공교롭게도 같은 날, 창원의 또 다른 항만의 물류 창고에서도 수입 오렌지 컨테이너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창원소방본부는 “검역·소독 작업 도중 환풍기 쪽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으나, 모두 ‘에틸포메이트’ 농약을 사용한 검역 과정에서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관리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튿날인 5일 항만을 찾아 농산물 검역 처리 작업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항만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수입산 농산물이 실린 컨테이너 안으로 에틸포메이트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렌지·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에 대한 검역 작업에서 주로 쓰이는 농약 ‘에틸포메이트’가 기화가 덜 돼 인화성 높은 사실상 액체 상태 그대로 뿌려지고 있어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에틸포메이트’는 수출입검역 시 농산물 해충을 소독하는 훈증제로, 기체 형태로 쓰일 때 인화성이 감소하고 환경에 무해하며 인체 독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질소 가스 형태로 뿌려져야 오렌지 해충인 깍지벌레 등에 대한 살충 효과를 볼 수 있다.
창원 용원신항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전용 기화기를 통해 액체 상태의 에틸포메이트를 이산화탄소와 혼합시키고 있다. 독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화가 안 된 액체 상태의 에틸포메이트 농약을 맞은 오렌지가 상한 모습. 독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에틸포메이트 훈증제(99%)로 소독된 미국산 오렌지 박스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 독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항만 방역회사 관계자는 “액체 상태의 에틸포메이트는 휘발유만큼 인화성·발화성이 높아 조그마한 불씨에도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이달부터 무관세 수입되는 오렌지에 대한 검역 작업량이 늘고 있어 조만간 큰 사달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액체 형태의 에틸포메이트 유통과 판매가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의 ‘농약 및 원제의 취급제한기준’ 고시에 따르면 에틸포메이트 훈증제(16.6%) 등에 대한 판매·공급 업자는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으나, 지난 2022년 관련 고시 개정 이후 에틸포메이트 훈증제(99%)에 대한 취급 제한 규정은 빠져있다. 방역회사 관계자는 “큰 유지비용이 드는 고압 가스통에 담긴 에틸포메이트 대신 최근 들어 액상으로 된 에틸포메이트를 공급하는 농약 회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