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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총선 이모저모

정청래·함운경 운동권 빅매치? 정작 주민이 원하는 건 달랐다 [총선 핫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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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권이 다 뭐래요. 주머니 채워줄 사람을 찍어야지.” "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10년 넘게 생선가게를 운영했다는 서윤정(58)씨는 4일 “여기 나오는 후보가 운동권인지 아닌지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권은 이번 총선에서 마포을의 상징성을 높게 친다. 운동권 청산이 이번 총선의 논점 중 하나인데,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들여 영입한 탈운동권 함운경 예비후보가 맞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 유권자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라고들 했다. 운동권 운운은 정치권의 공급자 마인드에 가깝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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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마포을 예비후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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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도 바닥을 누빌 때는 이념의 '이'자도 꺼내지 않았다. 여기서 세 번 당선된 정 의원은 ‘20년 지역구’를 내세우며 승리를 자신했다.

“파란색이 아주 보기 좋으네. 1번이예요, 1번!”

이날 오후 망원시장을 찾은 정 의원은 동행한 기자에게 열 곳 넘는 가게를 단골집으로 소개했다. 시장에서 속옷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사장은 “아내분도 모르는 의원님 속옷 사이즈를 내가 안다”며 “10년 단골을 어떻게 안찍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저번에 새로 산 거 고무줄이 아주 좋더라”며 맞장구친 정 의원은 기자에게 “여당이 일방적으로 격전지(激戰地)라 주장하지만 마포을은 격전지가 아닌 격차지(隔差地)”라고 말했다. “아니 잠깐, 어머니! 왜 빨간 옷을 입으셔요.” 대화 중 붉은 옷을 입은 중년 여성이 지나가자 정 의원은 “며느리가 파란 거라도 하나 사드려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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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운경 국민의힘 마포을 예비후보가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시민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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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킬러'로 전략공천 된 함 후보도 이날 지역구를 누볐다. 등에 '생선장수 함운경'이란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힌 빨간 점퍼를 입은 그는 망원동 한사랑교회에서 주민 대표들을 만나 “저는 아무리 표가 중요하다고 해도 거짓말로 약속은 안 한다. 현실성 있는 해결책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이규선 상암6단지 입주자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낙심한 주민들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마음을 바꾸기 시작한 게 4년 전이다. 꼭 성과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함 후보(64년생)는 정 의원(65년생)의 운동권 선배다. 학생운동 후 고향인 전북 군산에 내려가 수산물 소매업을 하며 5차례 낙선한 '중고 신인'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함 후보의 선거 운동은 꽤 자연스러웠다. “고향 후배구먼. 나는 전북 김제여.” 출신지가 적힌 그의 명함을 몇몇 시민이 받아들었고, 함 후보는 “김제 어디셔유. 함씨는 청하에 많은디”하고 반갑게 손을 맞잡았다. 망원시장 옷 가게 주인인 60대 조모씨는 “함 후보가 연고가 없긴 하지만 정청래한테는 센 놈 아니면 이기기가 힘들다. 한동훈 위원장이 영입했다니 믿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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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정치권에서는 이번 마포을 선거를 단순 1석 이상의 의미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위원장이 올 초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을 겪었던 곳이 마포을로, 그만큼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이라는 한 위원장의 모토를 대변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선거 초기부터 운동권 청산을 강조해온 우리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지더라도 의미있게 져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 공천 논란으로 시끄러운 민주당에서도 “정 의원의 패배는 상상하기 힘든 시나리오”라는 반응이 주류다. 이재명 대표 취임과 동시에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에 오른 정 의원은 이 대표 최측근 자리를 1년 반째 지키며 ‘찐명(찐이재명)’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운동권 선거라는 건 여당의 프레임인데, 정 의원이 경륜과 영향력에서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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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을에서 맞붙게 될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함운경 국민의힘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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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을은 17대 총선 이후 한 차례(18대)를 제외하고 민주당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그러나 2022년 3월 대선 때 양당 득표율 격차가 2%대까지 좁혀졌고, 그해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선 오세훈 시장(53.84%)이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11.46%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하지만 당시 함께 치른 마포구청장 선거의 양당 득표율(민주당 유동균 47.89%, 국민의힘 박강수 45.64%)을 고려하면, 마포을은 마포 내에서도 여전히 야성(野性)이 강한 편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마포갑 우세로 마포을 열세를 극복하고 당선됐다.

홍대 거리가 위치한 합정동이나 1인 가구가 많은 망원 1·2동, 성산 1·2동의 젊은층 유권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도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다. 홍대입구역 인근을 지나던 전모(28)씨는 “지금 청년세대에게는 운동권을 둘러싼 논란 보다는 세대와 지역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이 더 필요하다”며 “아직 여야 후보 모두 긍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상암동 소각장’…오세훈 탓? 정청래 탓? 엇갈리는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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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시청 정문 인근에서 열린 마포구소각장백지화투쟁본부 회원들이 마포소각장 결정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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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쓰레기 소각장 건립은 4·10 총선을 앞둔 서울 마포을의 뜨거운 감자다. 서울시가 지난 2022년 8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을 소각장 부지로 최종 선정했지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소각장 전면 취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4일 만난 마포을 유권자들은 “마포구에 난지도 소각장, 열 병합 발전소 등 기피시설이 수많은데 소각장까지 추가해야 하느냐”며 여야 모두를 비난했다. 직장인 박 모(29·여) 씨는 “검찰개혁, 방송장악만 주구장창 외친 정청래 의원이 소각장은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60대 서모 씨는 “주범은 오세훈 시장이고, 마포구청장이 여당(박강수 국민의힘)으로 바뀌면서 공범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들끓는 여론을 의식한 여야 후보는 앞다퉈 소각장 해결사를 자처했다. 함운경 국민의힘 후보는 3일 캠프 관계자들과 전략회의를 연 뒤 “소각장은 정 의원이 도외시하고 미뤄온 문제”라며 “주민 의사를 반영한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함 후보는 박강수 마포구청장과 협력해 서울시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쓰레기 유입량을 제한하겠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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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이 1월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에서 쓰레기 소각장 추가 설치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포구청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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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1년 넘게 소각장 반대 투쟁을 한 사람과 지금 와서 공약한 사람이 같냐”며 이슈 이해도를 앞세운다. 그는 지난해 소각장 내용으로만 12쪽을 꽉 채운 의정보고서를 발표하며 “무조건 전면 백지화”를 거듭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소각장 신규 건립은 오 시장이 밀어붙였다”며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찬성도 반대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만1000m² 규모 소각장을 이르면 2027년 준공해 시운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마쳤고, 지목변경 등 세부 절차가 남아있다. 마포구민 2000여 명은 지난해 11월 서울시를 상대로 신규 소각장 입지 선정 결정 고시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심새롬·강보현·전민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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