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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개XX” 폭언·갑질로 얼룩진 천년고찰···조계종 노조 “부끄러움 말할 수 없는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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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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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 신흥사 출신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의 주요 인사인 한 스님의 폭언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조계종 노조가 종단 차원에서 해당 스님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내릴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7일 대한불교조계종 노조가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최근 어느 스님의 끔찍한 욕설협박이 담긴 내용이 공중파 방송으로 보도되면서 세상 사람들의 지탄과 한숨이 크다”면서 “불자들의 부끄러움과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노조는 “세속에서조차 용납할 수 없을 정도의 험담을 적의에 찬 분노와 조롱을 섞어 퍼붓고 있다. 출가 수행자라면 더욱 가당치 않은 일”이라며 “그런데도 종단 차원의 신속한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공중파 방송을 통해 A스님의 욕설 사실이 보도됐다. 지난달 흥천사 회주 금곡 스님은 간담회를 열고 A스님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는데 A스님은 “야 이 개 XXX야”, “야 개XX야. 너는 기회를, 자비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너가 죽기를 원하는 쪽으로 갔지?”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A스님이 만든 신흥사 호법단이 다른 스님에게도 폭언과 폭행을 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법천사 주지 우현 스님은 지난해 8월 호법단 소속 B스님으로부터 폭행당했다.

하지만 B스님이 호법단 단장이었던 탓에 신고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조계종은 B스님의 승적을 박탈했는데 출소 이후 신흥사의 재정 총괄인 총도감을 지내기도 했다.

A스님은 동국대학교 이사, 문화재청 사적분과 문화재위원 등도 맡고 있는 불교계 주요 인사로 알려져 있다.

A스님은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 사장직을 맡으면서 부하 직원에게 갑질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A스님은 해당 직원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줄게. 나 갖고 장난쳤잖아. 나도 너 갖고 장난칠 거야 이제. 양아치 다루는 방법 내가 알려줄까? 내가 더 양아치가 되면 돼. 간단해. 심하게. 그 방식이 통했거든. 한 200배의 양아치가 되어서 너하고 대응할 거야”, “우리 집 강아지들 있잖아. 먹을 걸 주고 이렇게 사랑해 주잖아, 너 같지 않아요”, “내가 설악산에서 그 많은 마구니들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 정말 나랑 한번 해 볼래? 니가 상상하는 거에 몇백 몇천 배가 될 수도 있어”, “지금 얼른 법원가서 내가 인격모독하고 욕했다고 빨리 고발해. 나는 그러면 땡큐야. 빨리 좀 고발하면 안 될까?” 등의 발언을 했다.

A스님은 직장 내 괴롭힘과 고의적 임금체불 사건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진정서에 따르면 A스님은 특정 직원 몇몇을 내쫓기 위해 강제 구조조정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원들에 대한 임금지급을 두 차례 고의적으로 체불했다. 폭언과 협박, 부당한 인사발령, 허드렛일 부여 등 일반 회사에서 벌어져도 논란이 됐을 일이 그가 불교신문 사장이 된 지 1년 만에 일어났다.

논란이 되자 조계종에서도 A스님의 거취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 시일 내에 현재 맡고 있는 직위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종단의 명예를 추락시키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승려의 범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자정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변화와 혁신은 새로운 것에 있지 않고 낡은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뼈를 깎고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지 않고서는 거듭남을 기대하기 어렵다. 총무원장 스님의 자정 의지가 또다시 구두선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고 종단의 자정 노력을 요구했다.

아울러 노조는 “조계종 승단의 범계행위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종단 차원의 신속하고도 엄중한 대책과 노력으로 청정범행 교단질서를 회복해야 하며 종법령에 근거한 엄격한 집행을 통해 종단 운영이 정상적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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