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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일)

<지금 이곳에선> 댐 위로 물 넘친 '월류 공포' 괴산댐... 홍수 조절 해법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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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용댐으로 건설, 저수용량 부족
집중 호우에 댐 위로 물 넘쳐 '아찔'
상하류 주민들 비만 오면 초비상
한수원, 댐 안전성 연구용역 착수
내년 상반기 중 월류 방지책 도출
물 별도로 빼는 여수로 대안 부상
괴산군 "홍수 조절 가장 현실적 대안"
주민들은 "하류 침수피해 대책도"
한국일보

괴산댐은 저수용량이 부족해 큰 비만 오면 위기를 맞는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송인헌(왼쪽 두 번째) 괴산군수가 월류 직전의 괴산댐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괴산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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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위로 물이 흘러넘친다고 생각해보세요. 실제로 보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충북 괴산군 주민 박기윤(67)씨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겪은 괴산댐 월류(물이 댐 위로 넘침)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박씨는 “장마철만 되면 댐이 무너지지 않을까, 공포에 시달린다”고 했다.

월류가 발생하는 괴산댐을 홍수 조절이 가능한 댐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 시동을 걸었다. 주민들의 ‘월류 공포’를 씻어내고 안전한 댐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괴산군은 댐 관리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괴산댐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한수원 측은 이달 중 댐 안전성 강화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 약 14개월 동안 연구용역을 벌이기로 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댐 안전 대책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용역은 월류 방지 등 괴산댐의 홍수 조절 방안 마련에 집중될 전망이다. 저수용량이 부족한 괴산댐이 큰비만 오면 물이 넘치는 등 안전성에 큰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괴산군은 “용역 과정에서 한수원 측과 주기적으로 협의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신속하고 안전한 대책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괴산댐의 안정성 확보는 괴산군 현안 중의 현안이다. 1957년 준공된 괴산댐은 국내 기술진에 의해 최초로 설계·시공된 수력발전용 댐이다. 높이 28m, 길이 171m 콘크리트 중력댐으로 시공됐다. 이 댐은 발전 목적으로만 건설한 탓에 세월이 흐르면서 홍수 조절에 허점을 드러냈다. 유역 면적에 비해 저수용량이 턱없이 적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괴산댐 유역면적은 671㎢로, 국내 최대인 소양강댐 유역면적(2,703㎢)의 4분의 1 정도다. 하지만 저수용량은 1,500만 톤 정도로 29억 톤 규모인 소양강댐의 193분의 1에 불과하다. 유역면적 대비 저수용량이 턱없이 작다 보니 집중호우에 아주 취약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괴산댐은 지난해 7월 15일 집중호우 때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물이 댐을 넘쳐흘렀다. 이로 인해 댐 하류의 괴산군과 충주시 주민 7,500여 명이 긴급 대피하고, 농경지 수백 ㏊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괴산댐 월류는 1980년 7월에도 있었다. 당시 태풍과 호우로 물이 흘러넘쳐 발전소 시설 일부가 파손됐다. 2017년 7월 폭우 때는 월류는 없었지만, 댐 하류지역이 침수하면서 110억 원대의 재산 피해가 났다. 괴산댐 주변 지역 주민들은 여름철 장마철만 되면 “월류로 인해 댐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시달린 지 오래다.

괴산군은 근본적인 대책을 관계 당국에 요구해왔다. 송인헌 군수는 지난달 말 황주호 한수원 사장을 직접 만나 정밀한 안전진단과 통수능력 확대 등 대책을 논의했다. 앞서 송 군수는 괴산댐 월류 발생 직후인 지난해 8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괴산댐 등 전국 곳곳에 있는 발전용 댐을 다목적화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댐 안전성 연구용역이 추진되면서 어떤 대책이 마련될지, 벌써부터 지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괴산군은 여수로(여분의 물을 빼내는 보조 수로)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위기 시 댐 수위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수로를 확보해 기존 수문이 감당 못 하는 물을 빼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괴산군은 일각에서 거론됐던 댐 규모를 키우는 방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댐을 높여 저수량을 늘리는 방식은 수몰 지역이 커지고 환경문제를 유발해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 방식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위기에 놓인 댐 안정성을 담보하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시민환경 단체들도 여수로 설치 방안을 대체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박일선 충북환경연대 대표는 “댐 규모를 확대한다거나 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보조 수로를 설치하는 것이 홍수 방어 능력을 키우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홍수기에 보조 수로를 가동하면 더 많은 물이 한꺼번에 흘러내려 하류 지역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형배 칠성면 이장연합회장은 “보조 수로가 생기면 월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기존 7개 수문에 보조 수로까지 열면 하류 쪽 수위가 급격히 올라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며 “하류까지 안전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희 괴산군 환경정책팀장은 “당국의 댐 안정성 확보 용역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확실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댐 구조 변경 외에도 유역 하천의 정비 사업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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