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치특별위원회 활동가들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2024 기후정치비전 및 정치행동계획 발표 기자회견 중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기후시민 조직화를 통해 총선 대응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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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후위기를 주요 정치 현안으로 다루는데 소극적이었던 정치권에서도 이번 총선이 기후위기가 핵심 이슈로 다뤄지는 ‘기후총선’ ‘기후정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시민사회단체·학계·예술계 등이 참여해 발표한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이나 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기후정치특위 등 시민사회 움직임은 물론,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국회 설치 등 각 정당이 내놓고 있는 기후공약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발전된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기존 정치를 보면 국내 정치권은 기후위기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라는 큰 방향에 대해서도 정권이나 정당별로 이견이 컸다. 가장 최근 총선이었던 2020년 총선에서 기후위기는 전면에 등장하지 못했고, 2022년 대선에서도 기후는 곁가지 이슈에 그쳤다.
4일 이번 총선에 각 정당이 내놓은 기후위기 관련 공약을 보면 과거 총선이나 대선과 비교해 기후위기 이슈에 대한 고민이 공약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를 3배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녹색민주당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폭염시 기후휴업제를 도입하는 등의 공약들을 발표했다. 이같은 내용은 모두 기후위기 대응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담긴 내용들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북카페에서 기후 미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기후 미래 택배‘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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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상대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국민의힘도 이번에는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기후대응기금 확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국회 내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상설 설치 등 과거에 비해 적극적인 공약들을 지난달 27일 제시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국민의힘이 기대 이상의 기후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진보정당들도 더 강한 기후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기후 공약 가운데 22대 국회에서 상설 기후위기 특위를 만들겠다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에 상설적으로 기후문제를 다룰 특위를 만들자는 것은 정의당이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한 과제였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예방온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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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세대가 바뀌면서 (국민의힘 기후·환경 공약이) 한발 앞으로 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 대표는 “국민의힘 기후공약에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 작은 걸 문제삼기보다는 (기후 대응과 관련해) 같은 내용을 눈덩이 불려나가는 식으로 불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 상설 기후특위 설치를 요구한 심 대표는 “이번 국회 임기인 5월말까지 기후상설특위를 만드는 것을 추진하려 한다”며 “그래야 다음 국회가 바로 기후국회로서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재들을 두고서도 정당들이 기후위기 대응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 체육계·여성계 등 인사들이 집중 영입 대상이었다면, 이번에는 기후 인재들이 중점 영입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1호 영입인재로 각각 박지혜 기후·환경 전문 변호사와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영입했다. 국민의힘은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등 다수의 기후 관련 인재들을 영입했다.
지난 2일 기후정치바람이 주관한 ‘기후정치에 진심인 젊치인-기후공약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온라인 토론회에는 정당별로 허승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손솔 진보당 대변인 등이 참가했다. SK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 펠로우 출신으로 국민의힘 영입인재로 당을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정혜림 후보는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는 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높이려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집권 여당은 이 목표를 현실화하고 이뤄지게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각 정당이 더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후 인재 한둘을 영입하고, 이들 중 일부가 당선된다고 정치권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정당도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사회 분위기가 기후위기 대응을 심각히 여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후정치바람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시민 63.6%가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달라도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나 정당이 있다면 투표를 고민하겠다는 응답도 60%를 넘겼다. 점점 늘어나는 ‘기후 유권자’들의 ‘기후 투표’에 정치권도 주목하게 되는 상황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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