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는 혐의로 기독교대한감리회 상소심(총회재판위원회)의 출교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가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4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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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회재판에 넘겨진 이동환 목사의 출교가 확정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재판위원회는 4일 영광제일교회 소속 이 목사가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 금지’를 이유로 받은 출교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상소심(2심)에서 상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감리회 재판은 2심제로, 이 목사에 대한 출교 처분은 이날 상소심 선고로 확정됐다.
앞서 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지난해 12월8일 이 목사에게 교단 최고 수준 징계인 출교를 선고했다. 경기연회는 이 목사가 2020~2022년 퀴어문화축제 등에 참석해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교리와 장정(교회법) 3조 8항의 동성애 찬성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이 목사 측은 경기연회 심사위원회가 기소를 취소했던 사건을 재기소한 점, 교회법이 고발할 수 있다고 정한 범과 외에 다른 조항을 고발한 점 등을 근거로 상소했다. 그러나 이날 총회재판위원회는 이 목사 측이 문제 제기한 1심 재판의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총회재판위원회는 이 목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교회의 쇠락 이유에 대해 언급한 점이 교회에 대한 모함이라고 판단했다. 재판위원회는 “‘교회가 권력 집단에 해당된다’는 발언, ‘교회가 동성애라는 적을 상정했다’는 발언, ‘한국 교회가 소수자 혐오를 했다’는 발언은 명백히 교회를 모함 및 악선전했을 때에 해당되는 것이 재판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했다.
이 목사 변호인단의 박한희 변호사는 “이번 상소의 이유는 교리와 장정이라는 재판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재판위원회가 자신들의 재판에 문제가 없다고 봉인하고 자의적 해석을 밀어붙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했다.
이 목사 변호인단은 “법리적 검토를 거쳐서 재판을 통해 총회재판 판결의 위법성을 다투겠다”라면서 “사회 법정으로 가서 총회재판 판결을 다퉈야 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해야 한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을 한 감리회의 인식 수준이 부끄럽다”라면서 “그리스도교는 인간과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종교인데 성소수자를 축복했다고 출교 판결을 한 오늘은 개신교 역사에 오랜 비웃음을 살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이어 “복직 투쟁을 시작하겠다”라며 “재판은 출교로 끝났지만 사랑은 계속될 것이고 꺼지지 않는 불이 되어 언제든 우리를 새롭게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소주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감리회의 결정과 행보가 정말 많은 성소수자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기고 있다”라면서 “어려운 시간을 견디고 있는 이 목사와 기도하는 모든 이를 위해 감리회가 늦게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라고 했다.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조력자 30여명은 이날 선고 공판이 열리는 동안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 16층에서 “출교를 철회하라” “성소수자 환대목회 차별하는 감리회는 회개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 [지금, 여기]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3032217025
☞ 출입 금지당한 장애인활동가·출교당한 목사…배제된 사람들의 예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2252113015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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