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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레이건에서 MAGA의 정당으로… “트럼프 맞으라” [UPDAT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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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매주 경선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예상대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손쉬운 승리를 거두고 있지만, 27일 치러진 미시건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10%가 넘는 유권자가 사실상의 비토를 하면서 본선 경쟁력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죽의 6연승을 거두고 있는데요. 이미 대세론은 굳어졌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후보가 언제 선거에서 ‘항복’하느냐가 관심 거리인듯 합니다. 그동안 소식이 좀 뜸했죠? 워싱턴특파원 발령을 받아 지난 25일부터 현지에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전세계 이목이 집중된 미국 대선의 A부터 Z를, 3월부터는 보다 현장성을 강화해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열한번 째 시간인 오늘은 트럼프의 재부상과 맞물려 레이건에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정당으로 변모하고 있는 공화당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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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1월 원내대표직 퇴임 계획을 알린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2019년 11월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열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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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많은 잘못을 했지만 그게 정치를 모른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다음 세대의 리더십을 위한 시간이다.”

미치 매코널(82)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28일 의회 연설에서 본인의 11월 퇴임 계획을 알렸습니다. 1984년 켄터키주(州)에서 출마한 이래 상원 선거에서 내리 7선을 한 매코널은 2007년부터 17년 동안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미 상원 역사상 ‘최장수 원내사령탑’ 기록을 쓴 인물입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공화당은 다수당과 소수당을 오갔지만 리더십 자리에는 늘 매코널이 있었습니다.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물불을 안가리는 스타일이라 욕도 참 많이 먹었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내건 자유·시장 경제,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역할 같은 보수의 정통 가치에 공감했고 이런 눈으로 정치를 해온 공화당 주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데요. CNN은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매코널이 자리에서 물러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트럼프의 부상, 그에 따른 공화당 주류 세력의 재편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매코널은 트럼프 정부 1기 때 다수당 원내대표로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고, 재혼한 배우자인 일레인 차오가 교통장관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꽤 나쁘지 않았던 케미스트리였는데 트럼프의 선거 부정, 매가 지지자들의 1·6 의회 습격 사태 등에 쓴소리를 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졌습니다. “미국이 왜 다른 나라 방위를 위해 돈을 써야 하냐”는 전직 대통령과 달리 최근까지도 600억 달러(약 80조원) 짜리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를 요구해왔죠. 이런 이유로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줄곧 퇴진 압박을 받았고요. 지난 9월 기자회견 도중 질문을 받고 30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한 ‘얼음 사건’이 건강을 둘러싼 논란으로 비화되며 그의 퇴진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폴리티코는 29일 “매가가 상원 점거를 계획중”이라며 “매코널의 레이건 스타일 관점에서 180도 벗어나 트럼프 시대의 공화당의 시각에 맞는 인물을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의회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되는 인물들이 있기는 한데 그것과 상관없이 “많은 걸 뒤흔들 다크호스 후보를 찾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10월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선출할 때 후보를 내세우면 불신임하고 그러다 또 새 얼굴이 등장해 같은 일을 반복하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친(親)트럼프 성향인 마이크 존슨 의원이 새 의장으로 선출됐는데요. 당시 트럼프의 입김이 상당하게 작용했고 그가 한 마디를 할때마다 구도에 지각변동이 상당했습니다. 사실상 트럼프를 등에 업고 선출된 존슨 의장은 그 결과 법안 처리에 있어 보조를 충실하게 맞추고 있죠. 이제 곧 대선 후보 등극만 앞둔 트럼프 입장에선 자신에게 좀처럼 협조하지 않는 상원의 매코널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는데 마침내 상원까지 접수해 의원들을 완전히 휘어잡을 기회의 창이 열린겁니다. J.D. 밴스 의원 같은 대표적 ‘로열리스트’들이 이미 바람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공화당 선거자금을 모금·집행하고 7월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대선 후보의 ‘대관식’이라고들 하죠)를 총괄할 전국위원회(RNC)에도 트럼프 사람의 심기가 시작됐죠. 역시 트럼프와 갈등을 빚었던 4선의 로나 맥다니얼 의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은채 물러나자 트럼프 지지를 등에 업은 맷 와틀리 노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위원장, 둘째 아들 에릭 트럼프 배우자인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의장직(공동)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여러 혐의로 재판을 받은 트럼프가 부동산까지 매각해야할지도 모르는 막대한 벌금을 선고 받은 가운데, 자기 사람을 ‘금고 지기’에 맡겨 일부를 벌충해보겠다는 심산입니다. 라라는 최근 한 유세에서 모금된 선거 자금을 트럼프의 법률 비용으로 충당하는 것이 “공화당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했습니다.

은퇴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부터 존 매케인·밋 롬니 전 의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같이 원로라 할 수 있고 한때 우리가 공화당 주류의 상징이라 생각했던 인물들이 거의 대부분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공화당은 그 사이 지지층 구성과 성향도 많이 바뀌었고요. 여기서 아이러니 하나. 매코널이 눈엣가시인 트럼프도 지난 1월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측근들이 접촉해 그의 지지 선언을 끌어내기 위한 작업이 한창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앞에서는 아무리 ‘매가’를 외치더라도 결국 대선 승리를 위해선 주류든 비주류든 신(新)주류든 일단 같이 가야한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일까요? 이미 다수의 상·하원 의원이 대세로 굳어진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는데 매코널만큼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재선 도전과 함께 이 레이건의 정당은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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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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