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추가 지원 묶인 사이 양자 협력 강화
우크라, 병력·무기 열세 속 계속 밀려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안전보장 협정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하르키우=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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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네덜란드와 10년 장기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 이어 7번째다. 스웨덴의 합류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동진하는 사이 서방 개별 국가들도 양자 동맹을 통해 우크라이나 후방 지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에 맞서 러시아도 유럽 쪽 북서부에서 군사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네덜란드, 우크라와 10년 안보협정 체결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전날 우크라이나 하르키우를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10년간 유효한 안보협정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20억 유로(약 2조9,000억 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미사일·포 등 장거리 무기는 물론 고속단정과 같은 해상 장비도 지원 목록에 담겼다.
네덜란드는 체코가 주도하는 탄약 80만 발 공급 계획에도 참여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유럽 역외에서 탄약을 구입해 우크라이나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뤼터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안보와 자유에 대한 네덜란드의 장기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두 달 사이 우크라이나는 독일 프랑스 영국 덴마크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과 연달아 장기 안보협정을 맺었다. 미국 의회에 추가 군사지원 예산안이 묶여 있는 사이 서방 국가들과 양자 협정을 통해 공백을 메우는 모양새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러시아, 서방 견제 움직임 강화
반대편 러시아도 서방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 등 나토 확장에 대응해 북서부 국경지대에 군사력을 증강하기로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튀르키예 안탈리아 외교 포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핀란드와 스웨덴 영토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도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모스크바·레닌그라드 군관구에 추가로 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군관구는 2010년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폐지됐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을 기점으로 부활했다.
무기·병력 열세 속에 여전히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상황이다. 지난달 17일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를 러시아에 내준 뒤로 계속 밀리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곳곳에서 우크라이나를 때리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러시아의 무인기(드론) 이용 폭격으로 생후 4개월 아이를 포함해 8명이 사망했다. 폭격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방을 향해 "더 많은 대공방어 시스템과 대공 미사일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군사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특수작전부대의 날'을 맞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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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쟁 초기 러시아가 평화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영구 중립국'으로 만들려고 시도한 정황도 공개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 개시 약 두 달 뒤인 2022년 4월 양국이 접촉해 작성했던 평화조약 초안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최종적으로 결렬된 이 평화조약안에는 우크라이나를 나토 등 어떤 군사 동맹에도 참여하지 않는 영구 중립국으로 만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크라이나의 군비 축소는 물론 제3국의 무기를 배치할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간 연결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러시아가 온전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무력한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는 의미다. WSJ는 "(초안은) 향후 서방의 군사 지원이 고갈되고 러시아가 상당한 영토를 차지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어떤 타협을 강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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