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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중국 주식시장이 쉼없이 하락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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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6일 중국 상하이 시내의 주식 전광판 앞에 주민들이 서 있다. 상하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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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석좌교수



최근 중국에서 1992년 상하이 주식 시장에 투자해 부자가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번화’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소가 팬들이 찾아가는 성지가 되는 등 열기가 뜨겁지만 주식에 투자해 부자가 된다는 줄거리는 최근 중국 주식 시장의 폭락과 대비되면서 주식 보유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최근 2년간 중국 증시는 ‘쉼 없이 떨어지고’ 있다. 상하이 증시는 2022년 15.13%, 2023년 3.7% 하락했고, 올해 초에도 바닥을 치고 있다. 최근 약간의 상승이 있었지만 예전과 같은 호조를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첫째, 매매로 이뤄지는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것은 구매자가 현재 시장에 믿음이 없음을 뜻한다. 중국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 부족은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유도 있다. 중국공산당은 2021년 중반부터 ‘공동부유’ 정책을 내놓으며 민간 기업과 교육·게임 분야 등 특정 산업을 탄압했다. 2022년 3월에는 코로나19가 퍼진 상하이를 장기 봉쇄했다. 이런 ‘단호한 조처’는 공급망과 민생에 영향을 줬을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불렀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주식 시장의 큰손들은 현실을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주식 시장을 뜨거나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둘째, 최근 몇년 동안 중국공산당 정책은 ‘총체적인 국가안보관’의 개념 아래 모든 것을 ‘안보’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2022년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의 업무 보고에서 ‘국가 안보’라는 단어가 91번 등장했다. 국가 안보에 대한 고려가 위험을 신중하게 판단하는 ‘최저선 사고’일 뿐만 아니라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는 ‘극한 사고’라는 것을 뜻하며, 경제 발전과 국가 안보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 지난해 7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반간첩법은 기존 44개 조항을 71개 조항으로 확대하고 ‘간첩 행위’의 정의를 넓히고 소급 적용도 가능하도록 해,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가속화했다.



셋째, 국내외 투자자들이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인민은행 등 증시 관련 기관들이 여러 증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폭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국가안전부는 경고문을 내어 ‘공매도’가 금융 불안을 유발한다며 ‘금융 부문의 국가 안보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금융 관련 부처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안보 당국이 나선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곤란을 겪는 많은 중국 주식 투자자들이 주중 미국대사관의 소셜미디어에 찾아가 “미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수억명의 주주들을 구해달라”, “불쌍한 중국 주주를 구해달라, 나는 미국을 사랑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번 사건은 미-중 전략경쟁 속에 중국 당국이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과 이론, 제도, 문화 등 ‘4대 자신감’을 홍보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아이러니하다.



드라마 번화는 평범한 시민이 벤처 천국과 같았던 상하이 주식 시장에 도전해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기회와 위험의 시기인 1990년대 초 중국의 모습을 반영한다. 현재 중국은 계층 상승의 동력이 대부분 사라지고 국가 규제가 만연하며 주택·주식 시장이 반전되지 않아 대중은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초 “전국이 낙관론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고,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해 춘절(설) 현장 방문에서 “세계를 둘러보면 여전히 이쪽 풍경이 특히 좋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중의 인식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번화는 이미 졌고, 새싹은 언제 돋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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